기다리던 우편물

드디어 처분이 떨어졌다.

by 핑크솔트

요즘은 봄방학이 없어지고 겨울방학이 1월에 시작된다.

기나긴 겨울 방학이다.

나는 어느새 J의 초등학교시절 방학을 기다리던 엄마가 되었다.

지긋지긋하고 암울하고 숨 막히던 중학교2학년 시절이 일주일이면 마감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좋았다.


나는 방학이 된 후 처분결정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폭을 진행한 후 더 이상의 괴롭힘은 없었고 생각보다 평안한 하루하루였다.

드디어 평범한 일상을 누리게 된 것이다.


괴롭히던 아이들 중에는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공부, 운동, 얼굴, 춤까지 뭐 하나 안 빠지는 인싸가 있었다.

인싸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던 아이들도 인싸가 학폭에 소환되어 교육청까지 갔다는 것이 놀라웠는지...

그들 무리들도 더 이상 인싸친구에게 잘 보이려 J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았다.


교육청을 다녀온 후 빠르면 14일 이후 통보를 받고 늦어지게 되면 3개월 정도 걸린다던 처분통보가 정말 빠르게 14일 만에 처분 결과가 왔다.

나는 괜스레 마음이 다급해져서 우체국으로 직접 가서 처분통지서를 받아 보았다.


우리가 선처하길 바라던 가해학생 P군은 "처분 없음"을 통보하였고 나머지 사과편지를 쓰지 않은 가해학생들은 "4호 처분"을 받았다. 4호 처분을 받으면 가해학생과 가해학생 부모같이 학교폭력 관련 수업을 이수하여야 하고 교내외 봉사활동, 그리고 피해학생에 대한 사과편지를 써야 한다.

그 밖에도 4호 처분부터는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된다.


결국 좋든 싫든 간에 가해학생은 기본적으로 피해학생에게 사과편지를 써야 한다.

처음부터 사과를 하고 100% 협조한 가해학생 P군은 이 모든 처분을 피해 갈 수 있었다니...

나도 이 정도의 처분의 차이가 있을 줄 은 통지서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통지서를 기다리면서 과연 어떤 처분이 나올지 예상도 해 보았다.

사실 J군이 특수학급인 것을 공개한 이유는 이 사실을 알고도 괴롭힌다면 더욱 처벌일 엄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약자인 것을 알고도 괴롭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성희롱을 비롯 여러 가지로 괴롭힘을 장기간을 한 것 치고는 사실 너무나 솜방망이 처벌이이다.

여기서 다시 느낀 것은 처벌이 아닌 처분이므로 가해학생이 반성의 기간 동안 충분히 반성하고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다면 큰 처벌이 없다.


정말 큰 처벌을 원한다면 학폭신고가 아니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4주 진단은 받을 수 있는 폭력이 있거나 금품을 갈취하거나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할 정도로 큰 이슈가 있지 않는 한 어렵다고 한다.


말이나 욕으로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한 것으로 학폭을 진행한다면 결코 부모님의 입장에 원하는 결과를 받아 볼 수 없는 것 같다.


그날 통보결과를 J에게 알려 주었다.

"이제 정말 끝난 것 같아요. 후련해요. 이걸로 됐어요."

J는 통지서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일단 처분도 받았고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니 됐다는 것이었다.

정말 남일처럼 쿨하다 못해 내가 다 서운하다.

당사자는 괜찮다는 데 나는 괜찮지가 않다.


난 여전히 허무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과 과정들 속에서 J는 느리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아이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본인의 아픔을 뒤로했다.


아침이면

"엄마 오늘 점심메뉴가 뭐가 나올까요?"

"엄마, 오늘은 갔다 와서 유튜브보고 공부해도 돼요?"

이런 일상적인 질문을 하곤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를 향했다.


그런 일상들이 나로 하여금 다시 웃게 해 주었다.

그렇게 평안한 일상을 조금씩 찾아갔다.





나에게는 그토록 무겁고 힘들었던 학폭 사건은 J에게는 세상 속에게 자신을 단단히 세우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J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단단해진 것 같다.

J의 느린 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용기를 배우는 사건의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