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평안한 겨울방학

성장의 발판으로

by 핑크솔트

처분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지만

이윽고 겨울 방학이 왔다.

겨울방학을 맞이하며 나는 독감에 걸렸다.

그동안의 긴장과 불안이 독감을 핑계로 툭하고 무너져 버렸다.


다른 엄마들은 삼시세끼 할 생각만 하면 타이레놀이 생각날 정도로 편두통이 온다는데

나는 방학만을 기다렸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다들 어서 무사히 이 학년을 끝내고 방학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들이 크다.


나 또한 아주 지긋지긋한 중2생활과의 어서 안녕을 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는 J가 다니지만 학폭신고 후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서는 전화가 왔다.

회사까지 그만두고 만반의 준비한 학폭과 정치고 꽤나 싱겁고 허무하게 끝이 났다.


끝나고 되돌아보니 학폭으로 마음고생했던 시간들이

굴러다니는 먼지덩이들처럼 작은 바람결에도 사라지는 사건처럼 느껴진다.

훌훌 쓸어서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면 그만인 것 같다.


독감에 걸린 김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게으른 생활을 했다.

이따금 브런치스토리에 구독자가 늘 때면 아 이제 곧 초등학교 가는 엄마들이 여기저기서 정보를 모으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사실 느린 아이를 키우며 필요한 것은 느린 아이를 일반생활에 어느 정도 어울리게 할 수 있는가의 정보도 중요하지만 점점 아이가 커 갈 수로 필요한 것은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내 아이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역시 동병상련의 동지 만한 것이 없다.




J는 전보다 조금 더 차분하고 단단해졌다.

아마 아이도 알 것이다. 이 시간들이 괴롭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음을.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나는 그림책 원고를 다시 들쳐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느리지만 나 역시도 느리게 내 숨통을 찾아나가고 있다.

엄마로서의 시간이 지나면 우울하고 허무해지지 않도록 나로서의 자리도 마련해 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조금 더 단단해지고 여유 있어졌다.

누군가의 아픔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누군가의 느린 걸음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갖게 되는 특별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