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들이지 말고 마음관리, 체력관리
돈 안드는 다이어트 도전
카복시 다이어트를 한 후 5킬로를 뺀 것을 너무나 유지하고 싶었던 나는 평소 돈들이지 않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남편을 따라 등산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무나 저질 체력이었던 나는 첫 등산 후 이틀은 초등학교 때 운동회 후 앓던 근육통으로 몸져누워 버렸다. 그렇지만 오랜만의 등산은 색다른 기분을 선물해 주었는데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다시 다음날 혼자서 우리 집 뒷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산길을 따라서 걷다 보니 그냥 운동하는 것과는 다름이 있었는데 평소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모든 것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산길 따라 나와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계절을 따라 변해가는 나뭇잎들도 매일매일 그곳에 있는데 다른 게 보이고 그런 식물들과 나무를 보면서 다르게 생각하는 나의 모습도 신기했다.
산은 그냥 평이한 길이 아니어서 오르막 내리막이 교차되는 곳이라 어느 때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갈 때에는 그저 멍한 상태가 되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그럴 때면 땀으로 나의 오만 걱정 근심이 빨려 나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꼭짓점을 찍고 탁 트인 풍경을 보고 나면 그렇게나 마음이 상쾌할 수 없다. 매일매일 산이 주는 성취감이 좋았다. 그리고 산을 갈 때면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를 계속해서 쓸 필요가 없어서 그나마 마스크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분도 들었다.
나의 아름다운 우리동네 뒷산
그리고 우리나라 산은 4계절을 분명히 알려주는데 봄은 겨우내 죽었던 가지가지마다 연둣빛 작은 멍울을 볼 때마다 깊은 생명력을 느끼게 해 주고 여름에는 청년처럼 펼쳐지는 나뭇잎마다 생명들이 맴맴, 지르르하며 울어댄다. 꼭 지금의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되면 우리 뒷산은 도토리, 밤산으로 유명해서 청설모, 다람쥐가 바삐 입안 가득 도토리, 밤을 어디가에 숨겨두느라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자기 갈길 가든 것을 보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는 아무리 지구 온난화가 어쩐다 한들 결국 우리 동네엔 매서운 겨울이 찾아오는데 그것 역시 장관이다. 나뭇가지만 있는 산은 을씨년스럽기도 하지만 눈이 오는 날은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은 모습이 영락없이 '렛 잇 고~렛 잇 고~'를 부르고 싶은 동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똑같은 산을 가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똑같은 산을 2년째 가고 있는데도 우리 뒷산은 볼매다. (볼수록 매력 터지는 산이라는 뜻 흐흐)
산속 위의 하늘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고 산속 안의 기온이 같은 날이 없다. 산속의 나뭇잎과 곤충들 그리고 새소리가 미세하게 하루하루 다르기 때문에 매일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색다름이 전업주부로 매일매일 같은 일상에 무료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같은 일상에 지쳐버린 나에게 활력을 주는 비타민 같은 루틴이 되었다.
물론 체력도 당연히 같이 따라와 주었다. 처음에는 아침 7시쯤 가서 한 시간 정도 등산을 하고 왔는데 나중에는 막내를 어린이집을 데려다주고 와서 2시간씩 등산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면서 몸무게는 정상체중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평소 먹고 싶은걸 먹고 등산까지 갔다 오면 저녁 스케줄을 할 때는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약간의 피곤함이 올뿐 졸지는 않는다. 대신 잠을 푹 자는데 잠이 들 때 10분 이상이 걸리지 않고 아침에도 눈이 번쩍 떠지는 것이 신기했다.
진짜 체력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따로 배 근육 운동을 하지 않는대도 배가 납작하고 네모나게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배를 보고 있자니 여간 내가 기특한 것이 아니었다.
건강한 돼지? 건강한 사람!
등산으로 단련된 나는 신랑과 주말 일찍 아침 조깅 데이트를 했다. 아주 건전하고 보기 좋은 부부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일조를 하기도 하였다. 주말 아침 같이 아침 조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3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니 정말 친한? 부부가 된 것 같은 뿌듯함도 주었다.
20년도 내내 등산으로 8킬로 정도 살을 잘 빼고 21년도 여름 폭염으로 인해 잠시 쉬다가 쌀쌀해져 등산을 다시 시작했다. 물론 쉬는 동안 4킬로 정도 쪘다. 먹는 건 그대론데 움직이질 않으니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다시는 인위적 살 빼기는 하지 않을 참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다시 체력도 키우고 살도 빼면 그만인 것이다. 크게 빠지지 않는다 해도 나는 건강한 돼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니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지, 사람은 몸도 마음도 관리해야 건강한 것이니 말이다.
음식을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나의 정신 건강에 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 이렇게 멋진 산이 있으니 마음껏 누려줄 참이다. 오늘도 글을 쓰기 전에 밤들이 즐비하게 떨어져 있는 가을산을 느끼러 출발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