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솔트 Sep 01. 2022

[취학 전]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면

J군의 유치원 생활 회고

내년에 학교 가야 하는 데 아무 말 대잔치


"어머니 J가 수업시간에 자꾸 책상 밑에 숨어요"

"네? 장난이 심한 가요? 나오라고 하면 나오지 않나요?"

"네 어머니, 수업시간에 그러면 안 된다고 잘 타일러 보고 엄하게 이야기해보아도 듣지를 않아요."


집에 온 J를 앉혀놓고 왜 유치원에서 그랬냐고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J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본인이 원하는 말만 쭉 늘어놓기만 했다.

정말 아무말 대잔치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유치원에서 책상 밑에 들어갔냐고 하니

"몰라"라는 대답만 했다.


부글부글 속이 터진다.

항상 이런식이다.

도피식 대답뿐이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싶다가도 어쩔때는 엄마 화나라고 그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심호흡을 하고 유치원 수업 중에 그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다시 해주었다.

J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J는 눈 마주침이 어렵다.


하긴 안 좋은 소리를 계속하는데 

아마 눈을 보긴 어렵겠지 싶다.


혼내서 그런가 싶다가도

본인 이름을 불러도 바로 대답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이름을 크게 부르기보단 J의 팔뚝에 먼저 인사를 한다.

팔뚝을 흔들며 "J야!!" 하며 부르면 그제야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나는 속이 상하긴 했지만 아직 아이니까 아직 어리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었다.

속으론 설마...

아닐 거야...

하면서 애써 상황을 더 깊게 알아보지 않았다.



어디가 아퍼서일까?


"어머니 아무래도 심리치료를 받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네?"

유치원 선생님의 말씀에 왠지 화가 났다.

"아무래도 J군이 ADHD인 것 같아요"

"선생님 남자애라 좀 산만한 것 같은 걸로 ADHD라고 말씀하시니 너무 속상합니다."

나보다도 어린 선생님께서 J에 대해 ADHD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니라고 그건 선생님의 오해라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나도 J군을 바라볼 때 그런 마음이 한편에 그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과 전화를 끊고 진짜 아이가 아픈 걸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고 누구보다도 세상 밝고 항상 신나 있다.

그것을 잘 조절할 수 없고 의자에 몇 시간씩 앉아있지 못한다면 세상에서는 ADHD라고 한다.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아니야... 그냥 늦된 아이 일거야!

치료를 가 다녀왔다.

선생님은 검사 리스트를 체크하시 것을 보여주시며 ADHD가 맞다고 하셨다.

미술치료를 권해주셨다. 

그것 말고도 풀 배터리 검사라고 하는 전체적 검사도 제안하셨다.

ADHD말고도 다른 부분도 의심이 된다고 하셨다.

의심? 뭐가 의심된다는 걸까?

나는 인정할 수 없었고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늦된 아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가면 아이가 성장하면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우리 집은 TV를 틀 수 없었다.


우리 집에는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집 거실에 TV가 있었지만 TV를 틀 수 없었다.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그런 이유보다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 J군은 TV를 보면서 모든 말을 다 따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언가 뇌리에 꽂히는 말이 나오면 계속해서 따라 한다.

예를 들자면, "앞뒤가 똑같은 대리운전 광고노래"를 하루 종일 읊조린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대답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당시엔 전문적 지식이 없어서 몰랐다.


알고 보니 '반향어'라는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의 특징이었다.

아는 게 없었지만 엄마의 본능적으로 TV자극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엔 TV를 틀 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다른아이들과 다르긴 했다.

대답을 바로 하지 않는 아무말 대잔치.

대화를 할때 상대를 보지 않고 허공을 보며 대답하기.

항상 상상의 나라 속에 살고 있는 듯한 말투.

소리에 민감하고 자동차바퀴에 집착했다.





느린 아이를 먼저 키운 엄마의 깨알 팁 TOP3


1. 내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상황이 2년이상 느리다고 느껴진다면 지체 말고 검사를 해라.


>>취학 전 유치원에서 치료나 검사를 요구한다면,

믿고 싶지 않고 인정하기 싫겠지만 큰맘 먹고 검사를 해보고 길 권하다.


>> 왜냐하면 초등학교는 유치원만큼 선생님들이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 유치원처럼 많은 부분을 챙겨주지 않는다.


>>검사비용이 만만치는 않지만 아이의 현상태를 냉정히 바라봐야만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도 조금 더 구체적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2. 느린 아이 학습은 7세에 안되고 9세에 된다.


7세 하반기 한글, 숫자 학습이 안된 아이들의 늦된 엄마들은 애가 타기 시작한다.


사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보자면,

한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쓰기가 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발달이 느리던 학습이 느리던 느린 아이들이 한글, 숫자를 못 떼 진 않는다.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 뿐이다.


그 부분은 과감히 인정하고 느린 아이를 조급하게 바라보며 화내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포기하지 말고 우리 아이 속도대로 가주면 된다.


말이야 쉽지...

사실 이 부분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솔루션이다.

나도 잘 못하는 부분이다.



3. 학습보다 자조능력이 관건이다.


사실 학습적인 것을 따라잡기보다는 7세에는 자조능력을 따라잡아야 한다.

당장 학교에 가면 도움 줄 사람은 담임선생님뿐인데 선생님은 30명의 아이를 봐야 하니

일일이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걸 잘 못하는 아이들이 선생님 눈 밖에 나는 타깃이 되어 계속 이름을 불리게 되면

반 아이들에게도 눈 밖에  날 수밖에 없게 된다.


> 젓가락질 

> 책상 정리 

> 책가방 정리 

> 주변정리

> 화장실 뒤처리

> 가정통신문 잘 받아오기

> 알림장 써오기


느린 7세라면 이 부분을 집에서 한글, 숫자공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해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