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솔트 Sep 01. 2022

[초등 1학년] 3월3일, 대차게 맞았다.

J군 엄마의 초등학교 1학년 3월 

1학년 3월 초


현재 J군은 올해 6학년이 되었다.

1학년 때라 하면 벌써 5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얼마나 살에 에이는 고통이었는지

그 1년이 꼭 임신해서 고생한 이야기처럼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 트라우마인지 3월이 되면 아이보다 내가 먼저 3월 신학기 증후군을 앓는다.

느린 아이 엄마라면 3월이 얼마나 긴장될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미리 2월 말쯤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받을 수 있다.



3월 3일, 바로 그런 말을 해야 하나?


3월 2일 개학식을 성공적으로 마쳤지고,

왜 성공적이냐면 J군이 돌아다니지도 않고 줄 맞춰 잘 서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베스트다!


3월 3일 J가 학교에 잘 돌아와서 가방을 보니 학교에서 준 가정통신문을 확인하였다.

가정통신문에는 신학기 준비물에 대한 내용이었다.

J군을 데리고 가까운 대형 문구점을 갔다. 

그곳에는 신학기를 준비하느라 바쁜 엄마들과 아이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나 또한 J군에서 이건 이래서 필요하고 저래서 필요하고 설명하면서 바쁘게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내 가방 속에서 전화가 울리고 있다.

벌려진 가방 속에 희미하게 모르는 번호가 뜨길래 무시했다.

하지만 전화는 계속 울렸다.

어쩔 수 없이 짜증 나는 마음으로 받았다.


" 여보세요.?"

" 네 안녕하세요. 1학년 담임 000입니다."

" 아 네~ 안녕하세요."


이때까지만 해도 담임선생님들이 학기초라서 어머니들에게 안부인사를 돌리나? 하고 착각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학교에서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먼저 안부를 목적으로 전화하지 않는다.

첫 1학년을 보내니 유치원처럼 담임 선생님처럼 당연히 안부를 물을 거란 나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 다름이 아니라 오늘  J군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아. 좀 산만한가요?"

"산만한 것도 있고요, 돌발행동을 많이 해서 놀랐습니다."

"네... 어떤?"

"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나가서 놀다가 들어오지 않아서 많이 찾아다녔어요."

"아, 죄송합니다. 정말 힘드셨겠어요. 아이에게 잘 설명해서 그러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선생님은 거의 30분간 오늘 J군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지... 

거의 하소연을 하듯이 폭포수처럼 이야기를 쏟아부우셨다.

 그중에는 연필 뒤를 씹는다는지, 코딱지를 파서 먹는다는지, 풀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는다는

 어찌 보면 초등 1학년이면 그럴 수 있는 실수들까지 나열하였다.


왜 나는 초등학생 1학년이면 그럴 수 도 있지 않나요?

하고 말하지 못했을까?

5년이 지나 지금도 억울하고 속이 상한다.


나는 대형 문구점의 많은 사람들 속에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어느새 주저앉아 버렸다.

앵무새 마냥 "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뭐 그렇게 죄송했을까?

선생님께서는 뭘 그렇게 장황하게 아이가 모자란 부분을 세세하게 알려주셔야 했을까?

내 맘 속에는 울분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속으로 외쳐 보았다.

'꼭 그렇게 해야만 속이 시원했냐!!!'


" 어머니, 아무래도 이런 말씀 좀 그렇지만 특수학급을 좀 알아보시면 좋겠어요. "

"네?"

" 특수학급이라는 게 꼭 장애아이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 아직 또래보다 느린 친구들이 도움을 받기 위해 가기도 해요. 선입견을 갖지 마시고 J군에게 더 도움 되는 방향으로 잘 생각하셔서 결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J군은 지금 6학년이다. 

대부분의 다른 학년의 담임선생님들께서는 학부모 상담기간까지 시간을 주시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1학년 담임은 3월이라는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바로 특수반을 언급했다.

어지간히도 힘들었나 보다...


그날 나는 어떻게 전화를 마무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청난 강펀치로 K.O. 


대차게 맞았다.


지나서 생각하면 선생님이 너무 나이가 많아서 힘에 붙여서 그런 이야기를 3월 3일에 하셨나? 싶다.

하지만 서도 억울하고 속상하고 열받는 것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화가 난다.


하루 딱 하루 보고 아이를 그렇게 판단하다니...



다시 돌아보아도, 핵 망 담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핵 망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동네 엄마들에게 수소문해보니,

 잘하는 애들은 이뻐하고 손 가는 아이들에게는 심한 말도 서슴지 않는 선생님이었다. 

정말이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트라우마를 줄 정도로 힘들게 한 선생님이었다.

다시 돌아보아도, 핵 망 담임!


그 담임을 만나고 평범한 1학년 생활은 물 건너갔다.

지금 J군의 6학년 선생님은 너무나도 좋으신 분을 만나 엄청나게 성장하였다.

'1학년 때 이런 분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도 성장하고 나도 그렇게 울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1학년 3월은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초등학교를 보내는 엄마로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아이는 발달이 느려서 매일같이 선생님의 부정적 피드팩 전화를 받아야 했다.


하교시간 담임은 J군의 손을 꼭 잡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이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의 학교생활의 잘못한 점을 낱낱이 해부하듯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이와 엄마의 인격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가?


어떤 날은 꾹 참고 집에 와서 미친년처럼 울기도 하고

어떤 날은 참지 못하고 선생님 앞에서 대역죄인처럼 울기도 했다.

같이 하교하던 엄마들의 눈빛이 동정과 호기심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던 날이 반복되던 학교 앞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숨도 쉬어지지 않고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도 했다.

딱히 정신과를 가지 않은 이유는 쓰러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느린 아이 먼저 키운 엄마의 

초등 1학년 3월 깨알 팁 TOP 3


1. 하교 후 아이는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하자

 

1학년일 경우 하교시간에 많은 엄마들이 정문에서 대기를 타다 아이를 데리고 간다.

그 20분 남짓 시간에 엄마들끼리 많은 정보가 오고 간다.

그중에 가장 많은 이야기 중 하나는 아이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아이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 느린 아이는 엄마들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다.


하교 후 아이와 엄마의 만남의 장소로 도서관으로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아이도 엄마를 기다리면서 책을 보는 습관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다른 학부모와 마주쳐서 속상하거나 담임을 바로 만나 마음의 준비 없이 대화 나눌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2. 아이가 느리다고 대죄인 모드는 NO!


첫 1학년을 보내고 취학 전부터 산만하고 손이 많이 간 J군,

하지만 우리 아이만 느리고 손이 많이 가는 건 아니다.

다른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더욱더 느리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담임 입장에서는 

특히 나이가 많은 담임일 경우 많이 느린 아이를 끌고 가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혹시 나처럼 핵 망 담임을 만났다면 너무 대죄인 모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면 한다.

어찌 보면 선생님으로서의 몫을 그분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선생님들 중에는 선행해서 한글, 숫자 다 떼서 보내길 바라시고,

아이들 작은 트러블 하나까지 엄마에게 알리는 선생님을 볼 때면 도대체 왜 선생님을 하나 싶다.


우리 세금으로 일하고 계신 소중한 분임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내가 죄인일 필요 없다.

과하게 반사적으로 죄송하다고 말하지 말자.



3. 특수학급을 가야 한다면 미리 준비할 것.


특! 수! 학! 급! 초등학교 내에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날 처음 알게 되었다.

정말 무지했고 그래서 아이가 좀 더 배려받을 수 있는 길을 놓쳤을까?

어느 것 하나 정답은 없다. 하지만 특수학급에 들어가서 많은 배려와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하다.


먼저 학습이 아직 힘든 J군은 좀 더 소그룹의 아이들과 더욱 쉬운 교재로 수업할 수 있었다.

특수학급 또한 담임선생님이 있는데 이 또한 선생님별로 역량이 다 달라서 

어느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장이 달라진다.


결국 J군은 특수학급에 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맘고생 엄청했다.

물론은 해맑은 아이는 모르겠지만...


본인 또래보다 2년 정도 언어, 학습, 자조가 느리다면 특수학급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특수학급을 미리 준비하려면 7세부터 부지런히 정보를 모으시길 바란다.


이전 01화 [취학 전]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