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확~찐자!!

우리 집 확 찐자 3명을 신고합니다.

by 핑크솔트

돌밥하다가 배민 최애 고객이 된 나


온라인 개학을 하고 아이들의 학습상태를 알 수 없었던 갑갑한 담임 선생님께서는 5월이 되자 E 학습터로 동영상을 올리고 과제를 구글 클래스로 올리게 하셨다. '전업주부이길 다행이지 처음에는 아이들 혼자서 이걸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이제 온라인 학습 1년차가 되니 아이들도 척척 시간이 되면 수업을 들어가고 줌 수업 너머로 몰래 딴짓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헤매느라 엄마들끼리 물어보고 선생님께 물어보고 난리도 아니었던 기억이 있다. 수업이 끝나면 시간을 정해 과제를 올린다음 다시 우리 집은 급식실로 변해 식판에다 점심을 배식하였다. 첫째, 둘째 과제를 봐주고 돌밥까지 하려니 너무나 힘들었다.


매번 쿠팡으로 장을 보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고 같이 포장돼 오는 엄청난 비닐과 플라스틱을 정리하는 것도 왠지 죄책감을 들게 했다. 분리수거 날이 되면 명절이 끝나고 난 뒤 쌓이는 양과 맞먹는 양의 박스와 스티로폼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심으로 지구가 이러다 쓰레기로 곧 덮일 날이 머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어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도 두 달 뒤 쿠팡에서는 신선제품 배달 박스를 계속 쓸 수 있는 냉온 박스로 바꿔 주었다. 그것만 해도 스티로폼이 크게 줄어드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모두 세끼를 다 해 먹다 보니 식대도 장난이 아니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아침은 간단히 먹고 점심은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먹고 저녁만 제대로 챙겨주면 되어서 식대가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다.


아니 왜 학교는 급식을 주지 않는데 급식비를 어디다 썼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 많은 급식비는 어디로 갔을까? 두 번 정도 학교에서 선심을 쓰듯 쌀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삼형제가 다 집에 있고 세끼를 다 챙겨 먹다 보니, 아! 세끼만 먹은 것이 아니라 간식까지 먹다 보니 정말 학원을 안 가서 돈이 남을 줄 알았지만 세 아이의 학원비를 넘어서는 식대가 나왔다. 학원을 못 다니니 학원비를 모아서 투자나 해 볼까 하는 나의 생각은 엄청난 오산이 되고 말았다.


돌밥이 지겨운 날엔 배민이나 요기요에서 자주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예전에는 배달 할 바에는 외식을 택했다. 왜냐면 설거지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일거리이기도 하고 배달음식에는 메뉴선정의 한계가 있었다. 짜장 아님 족발 아님 치킨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로 외식이 힘들어지니 웬만하면 음식점은 다 배달, 포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종 반찬집, 국집, 월남쌈, 쌀국수, 파전, 삼겹살, 연어회 그밖에 모든 업종은 다 배달이 되는 것 같았다. 정말 가끔 시켜먹던 배달음식은 2,3일에 한번 꼭 먹게 되었고 다시 1일에 한 번은 먹는 수준이 되었다.


과일,야채집도 손질해서 배달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편해진 만큼 조금 더 비싸진 건 왜 체감하지 못하는 걸까? 일 년 전에는 마트 장보는 금액보다 배달음식값이 더 컸던 거 같다.



확진자? 확~찐자!! 여기 동선 겹치시는 분!


우리 집에 확진자 있어요.

경로 공유합니다.

침대> 식탁> 거실 소파> 화장실 > 침대입니다.

경로 겹치시는 분

100% 확~~ 찐자!!입니다.


결국 나도 위와 같은 경로로 확찐자가 되었고 한창 먹을 나이였던 초등 3, 4학년은 먹고 나가 놀 수가 없어서 확~ 찐자가 되었다. 평소 입이 짧았던 막내, 그리고 출퇴근과 매일 새벽 운동을 하던 아빠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유난히 더웠던 작년 여름, 동네 뒷산을 오르며 확 찐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산을 오르기 너무나 싫어했던 두 아들은 아직도 확찐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듯 싶다. 본인들도 조금의 경각심으로 줄넘기를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이제 확 찐자 음성 판정 동선 공유합니다.

침대> 식탁> 등산> 거실 소파> 화장실 > 침대입니다.

경로 겹치시는 분

100% 음성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홈스쿨링 도전!!


어느덧 온라인 개학 후 많은 시련? 과 고통을 이겨내고 결국 그것에 순응하고 일상이 되어버린 언택트 1학기 학사일정이 마무리되었다. 한 달에 4번 정도 숙제 검사를 받듯 학교를 갔다. 과제가 너무 많다 보니 과제를 다 해내기만 한다면 솔직히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학교 내에서 시간제한을 두고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시간을 갖고 천천히 푸는 것은 좋았지만 그래도 긴장감이 떨어지니 집중력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도리였다. 하지만 경쟁도 없고 눈치 볼일 없는 '언택트 세상 만세!'를 부른 우리 아이들은 아마 천국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첫째 때문에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던 홈스쿨링을 반강제적으로 하게 되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물론 수학을 할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느린 아이인 만큼 첫째는 시간제한이 없으니 눈치 볼일도 없이 본인의 시간에 맞게 과제를 해내기만 하면 되니 나도 솔직히 손이 덜 가고 본인도 만족도가 높았다.


무엇보다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점수가 학교에서 있을 때보다 더 잘 나오기 했다. 그전에는 학교가 끝나면 발달센터 다니랴 솔직히 집에 오면 녹초가 되서 학교 수업 준비는 못해주었다. 이제는 학교 수업만 하고 그것만 집중하니 학습능력이 더욱 좋아진 것 같다. 나 또한 마음 편히 아이와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둘째도 좋은 점이 학원을 안 가서 좋다고 했다. 그중 특공무술을 안 간 것이 좋다고 했는데 이건 공부도 아닌데 왜 싫어했을까 물어보니 특공무술에서의 엄한 분위기, 경쟁적 구도가 본인은 무섭고 긴장이 많이 되어 싫다고 했다.


왠지 아들이니까 강하게 키우고 싶은 나의 욕심에 아이가 힘들었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붙어 있으니 아이들의 몰랐던 마음을 알게 되어 코로나 시국이 우리 가정에는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반강제적으로 붙어있는 이 시간들이 삶의 큰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순간이라고 하기엔 길고 긴 순간이 되었지만 그래도 전체적 인생에서는 이 순간이 찰나가 아닐까 싶다.


'아! 물론 이런 몇몇 좋은 점 외에 세 아이와 복작복작하면서 몇 번의 눈물을 흘렸던가... '그럴 때면 너무나 힘들어서 회사라면 딱 사직서를 내던지고 나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직장, 나는 코시국 전업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