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유머감각
성인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선생님의 첫 출근 2.
by
핑크솔트
Sep 21. 2022
내 친군데, 난 안 그러지요.
인지 수업이 한창인데 갑자기 다른 교실에 있던 이용인 한분이 큰 소리를 내면서 복도를 뛰어다녔다.
아마 상동행동인것 같다. 꽤 긴 시간을 복도를 왔다 갔다 했다.
조금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우리 교실에 들어와 방해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앞쪽에 앉은 S군은 신경이 쓰였는지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쟤는 내 친군데, 난 안 그러지요. 난 선생님 말씀 잘 듣지요. 난 수업 잘하지요."
"그래요. S 씨 너무 멋지네요. 수업 잘하는 S 씨 멋지네요."
"쟤는 내 친군데, 난 안 그러지요. 난 선생님 말씀 잘 듣지요. 난 수업 잘 하지요."
"그래요. S 씨 우리 이제 다른 교구 해볼까요?"
"쟤는 내 친군데, 난 안 그러지요. 난 선생님 말씀 잘 듣지요. 난 수업 잘하지요."
"맞아요. S씨는 무슨 색깔 좋아해요?"
그 후로도 몇 번 다른 주제로 말을 바꾸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왔다.
"점심시간이네요. 점심 먹을 준비할까요?"
그제야, S군은 손을 씻기 위해 일어나면서 그 말을 그만하였다.
드디어 끝인가 싶었다.
"S 씨 손 씻기 스스로 하실 수 있지요?"
"네, 저는 손은 스스로 씻을 수 있어요."
"멋있네요."
"쟤는 내 친군데, 난 선생님 말씀 잘 듣지요. 난 손도 씻을 수 있어요."
"ㅎㅎㅎ"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일까? 하나의 상동 행동일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냥 나는 S군의 개그코드로 받아 드리기로 했다.
선생님 저는 대학교 나온 여자예요
우리 반에서 기능이 가장 좋고 말도 제일 잘하는 D양은 다훈증후군이다.
D양은 애교가 많아서 모든 대화를 할 때 천사처럼 웃으면서 이야기를 조잘거린다.
사실 수다 많은 여중생 같은 느낌이다.
인지 수업이 끝나고 각자 기능에
맞는 교구 활동을 했다.
교구 활동을 4명이서 둘러앉아서 한다.
분위기가 뜨개질 배우는 사랑방 마냥 따뜻했다.
대다수 조용히 교구 활동을 한다.
하지만 D양처럼 손으로 교구 활동을 하지만 입은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사람도 있다.
교구활동을 하던 중 D양이 배시시 웃으며 말을 걸었다.
"선생님 저는 스포츠댄스대회 나가서 1등도 했어요."
"와 정말?"
"핸드폰 사진 보실래요?"
"그래요."
D양은 핸드폰에서 장애인 스포츠댄스대회에 나가서 1등 한 사진을 보여 주었다.
"멋있다. 옆에는 누구예요?"
"엄마예요. 엄마도 선수예요. 나는 1등 해서 대학교도 다녔어요."
"우와 정말 멋지다."
"선생님 저는 대학교 나온 여자예요. ㅎㅎㅎ"
그 후로도 D양은 대학교 친구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풋풋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괜스레 마음이 찡했다.
'D양은 엄마가 잘 이끌어주어 대학교도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기능이 좋고 사회성도 좋은 D양이 사회에 나가 사회의 일원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안타깝네요. 미녀 삼총사가 아니라!
주간 활동 서비스는 저녁 6시에 끝나지만 나는 아직 막내가 초등학교 일 학년인 관계로 4시까지만 일하기로 했다. 다른 선생님들보다 일찍 퇴근을 준비하자 우리 반 학생들이 물어보았다.
"선생님 어디 가요?"
"아 선생님 막내아들이 아직 어려서 선생님은 일찍 퇴근해요."
"선생님은 아들이 몇 명 있어요?"
"선생님은 아들이 세명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초등학교 5학년, 초등학교 1학년 이렇게 세명이지요."
"아~안타깝네 딸이면 좋았을 텐데."
"왜요?"
"아 딸이면 미녀 삼총사가 될 텐데. 안타깝게 아들이라 그냥 삼총사네."
"ㅎㅎㅎ 미녀가 안될 수 도 있잖아요."
"선생님 이뻐요. 그래서 미녀 삼총사 될 수 있었는데 아~안타깝네."
우리 J군의 유머로 마지막까지 웃다가 퇴근할 수 있었다.
사실 아들이 셋이라고 하면 다들 키우기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며 걱정 반 우려반으로 쳐다본다.
그럴 때면 속으로 '도와줄 거 아니면 그런 말 하지 마라'라는 울화통이 올라온다.
심한 어르신일 경우에는 "엄마가 딸이 없어서 목 메달이네 허허허" 하며
그것도 농담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땐 눈에 쌍심지를 켜도 째려보고 간다.
제발 아들 셋 데리고 다닐때 말 걸지 말길 바란다.
그런데 우리 J군의 시각으로는 엄마의 미모를 닮지 못해서 안타깝다니 ㅎㅎㅎ
J군, 너의 유머감각은 단연코 최고다!!!
내가 초짜 사회복지사라 였을까? 우리 반 오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그래도 뭔가 마음 놓고 화장실을 갔다 오기는 어려웠다.
중간중간 돌발행동을 하기도 했는데 내가 화장실 갔을 때 할까 봐 좀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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