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

초단편소설

by 일상

내 세상은 참 알록달록했지


날이 녹으면 온갖 색의 꽃이 폈어. 보라색,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그 모든 색을 나는 순전히 좋아했어


가을이면 붉은빛과 노란빛들로 물들었고 겨울에는 희고 말랑한 눈들이 세상을 덮었어


여름엔 뜨거운 햇살과 바람이 초록 잎들을 반짝반짝 빛내주는 걸 사랑했지


내 세상은 참 다채로웠어 그게 전부일 줄 알았어


나의 계절이 바뀔 동안 너의 계절은 하나였지


그 하나가 온전했던 거야 나의 계절이 바뀔 때면 난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랐어 나의 계절은 다채로웠지만 나는 항상 내 삶의 이방인이었어 어느 계절도 쉴 수가 없었어


너를 만나고 나의 계절들 위로 너의 계절이 덮였어 그 계절은 참 고요했어 나의 계절이 파스텔톤으로 물들고 나는 어느 계절에도 앉을 수 있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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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은 참 단순했지


세상이 여러 색으로 물들어갈 때도 나는 집에 홀로 있었어 내 색으로 꾸려진 나의 공간을 좋아했지


다른 세상에 있다가도 곧 집에 들어오곤 했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겼어 가끔 밖의 세상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내 공간을 더 사랑했어


나의 집에서 계절은 하나였어 그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삶이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았어 내가 사는 집의 계절, 나는 그게 전부 일 줄 알았어


나의 계절이 하나일 동안 너의 계절은 다채로웠지


그 계절들이 빛났던 거야 내가 하나의 계절에 있을 때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 혼자의 삶은 안전했지만 더 이상 가야 할 곳이 없었어


너를 만나고 나의 계절이 움직였어 사실 두려웠어 나의 집이 사라지는 것 같았어 그런데 나의 집은 너의 계절을 덮을 정도로 커져갔어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됐어


너와 있다면 너의 모든 계절을 함께하고 싶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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