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칼이 날아와 상처를 푹 찌른다.
상처는 이미 오래전 아물었지만 사실 마음을 찔린 걸지도 모르겠다.
감각이 얼얼해서 몸을 움츠려 다친 곳을 몰래 쓰다듬는다.
상처를 꽁꽁 잘 숨기고 있었는데 순간 방심했다.
방심한 틈으로 손쓸 새도 없이 오늘도 칼에 찔려버렸다.
칼 하나
칼 둘
칼 셋
상처의 고통은 희미해져 갔지만 시선이 닿는 그 끝은 여전히 늘 아리다.
희미해진 고통보다 인파 속 날아오는 칼들이 이제는 더 아프게 느껴진다.
이미 오래전 잘려버려 없는 곳이
그 빈자리가 마음의 결핍으로 남았다.
칼 열
칼 스물
칼 서른
마음의 결핍인지 몸의 결핍인지
무엇을 숨기고 싶었는지 무엇이 그렇게 겁이 났는지
필사적으로 움츠려 숨겼다.
시선의 칼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상처와 마음을 배어댔다.
상처로 칼이 날아와 가슴을 후비기 전에 스스로를 감춰야 했다.
그렇게 그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남았다.
칼 셋
칼 둘
칼 하나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상처를 볼 수 없었다.
그 상처와 마음은 시선의 칼을 맞을 일도, 고통을 느낄 일도 없어졌다.
움츠려 있던 그의 어깨는 더욱더 작아져
보이지 않는 사회의 틈 속으로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그는 올해 56세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며칠이 지나서야 이웃 주민의 신고로 그의 주검이 발견됐다. 방 안은 정적뿐이었고, TV는 무음 상태로 켜져 있었다. 그의 왼쪽 소매는 비어 있었다.
그는 20대 초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인천의 한 중소 제조공장에 들어갔다. 하루 12시간, 기계 옆에서 서서히 몸을 굳혀가던 어느 날이었다. 안전장치가 고장 난 프레스기에 손목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사고 직후 회사는 "산재 인정은 어렵다"라며 50만 원을 쥐여줬고, 병원비는 가족의 빚으로 해결했다. 그가 받은 보상은 사실상 '없음'이었다.
그 후로 그는 왼팔 없는 몸으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거리에서 박스를 줍고, 건물 청소도 했다. 그러나 사고의 흔적은 늘 사람들의 시선을 불러왔고, “저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겠지”라는 말 없는 낙인이 그의 등을 눌렀다.
국가도, 회사도, 사람들도 그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점점 세상에서 지워졌고, 마지막에는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고요히 죽어갔다.
기계가 그의 손목을 삼킨 날부터, 어쩌면 이미 시작된 고독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