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문대 대학원생은 답사 가서 뭐 하나요?

대학원생의 답사

by cm

사학과의 답사동안 대학원생은 뭐 할까요? 학부생이나 교수들과는 분명 다른 포지션이 있습니다. 오늘은 사학과의 답사와 답사동안 대학원생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학과, 더 크게 인문대로 대학을 입학하게 되면 한 학기에 한 번 학과 답사를 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물론 인문대 내에서 안 가는 학과도 있지만 사학과는 무조건 갑니다! 학과 답사는 교수~학부 1학년까지 모두 갈 수 있습니다. 반드시 가는 건 아니지만 졸업요건에 답사 횟수를 넣는 곳들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가죠.


대학원생은 졸업요건에 답사 횟수가 없지만 종종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가냐고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본인이 행정 조교라서 답사에서 생기는 일에 대처를 하거나 행정 처리 등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러 가는 거죠...ㅠㅠ 둘째는 지도교수님이 가시면 은은한 압박이 주변에서 나옵니다. 선배들한테서 한 두 마디 얘기가 나오거나 행정 조교가 살짝 얘기하거나 하죠. 그래서 보통 석사 1~2학기 들이 많이 갑니다.


답사 당일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학과 사람들이 모여 버스에 오릅니다. 보통 45인 버스 2대 정도로 가죠. 지역은 매 학기 바뀌는데 보통 4년에 한 번씩 같은 코스가 걸립니다. 코스 짜는 것도 다 패턴이 있기 때문이니깐요ㅎㅎ 대학원생은 버스에 오르면 잽싸게 뒷좌석으로 갑니다. 왜 뒤로 가냐고요? 학부생들이랑 섞이거나 교수님들 가까이에 있으면 괜히 귀찮을 거 같아서 숨는 겁니다....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으면 학과 학생회 또는 답사반이 열심히 만든 답사 코스별로 나눠진 발표 자료가 배부됩니다. 버스가 출발하면 학부생들은 3, 4학년 학생들이 지난 답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수다를 떱니다. 대학원생들도 처음에 출발하면 살짝 들떠서 얘기를 하지만... 30분이면 피로에 절어서 모두 잠들고 맙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사전에 맡은 유적지나 사적에 대해 각자 짧은 발표를 학부생들이 합니다. 실제로 유적 앞에 서서, 바람 소리와 지나가는 관광객의 시선을 받으며 설명을 이어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죠. 하지만 대학원생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야호!! 그냥 구석에 숨어서 듣고 있다가 한 바퀴 휙 하고 둘러보거나 저희끼리 사진 1~2개 찍는 게 다죠.


브런치 답사.jpg 학부생들의 답사와는 다른 자태의 대학원생들

가뜩이나 피곤하지만 답사가 끝나고 숙소로 가는 길은 더욱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대학원생들은 기절한 채로 복귀합니다. 학부생들 중에 누군가는 오늘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유적지의 흙냄새와 바람, 그리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역사적 감각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대학원생은 그런 것 없고 피로 해소에 전념합니다.


숙소로 복귀하면 그때부터가 진짜 대학원생의 시간입니다. 저녁을 먹고 씻고 나면 그날 하루를 정리하는 피드백 겸 학과 행사가 있습니다. 학과 행사는 과마다 다르지만 대학원생의 역할은 하나입니다. 각자의 지도교수님 옆에 앉아서 술 보조, 썰풀이 보조를 하는 거죠. 학부생보다는 대학원생이 옆에서 보조하는 것이 교수님들도 내심 편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내 제자거든요. 보통 2박 3일의 답사 일정이기에 2일 정도를 이렇게 저녁에는 교수님을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문대 학생들에게 답사는 단순한 견학이 아닙니다. 책과 논문에서만 만났던 역사가 현실의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죠. 대학원생들에게는 사회생활의 연장선입니다. 지도 교수님들이 불편하지는 않으신지, 학부생들이 저희한테 호기심을 갖게 하는 괜한 행동을 한 건 아닌지 조심하는 것이죠. 조금은 슬플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일종의 평판이 됩니다.


그리고 조용히 다니다 보면 답사인데도 마치 2~3명이서 문화재를 구경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죠. 어쨌든 수업은 안 하니깐 나름의 여유도 생깁니다. 사회생활과 여유의 중간. 그게 인문대 대학원생의 답사입니다.



keyword
이전 11화인문대 대학원 첫 발표는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