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피드백은 쉽지 않아...
지난 글들에서는 인문대 대학원생들의 조교 업무와 그 속에서 겪는 소소한 고생담을 풀어봤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대학원 수업에서의 피드백,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간 각색을 더해 적어봅니다.
대학원 수업에서 발표는 일상입니다. 어느 날, 동기 A가 발표를 맡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발표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료는 많은데 논점이 흐릿했고 글의 구조도 어딘가 어수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드백 시간에 평소보다 조금 더 날카롭게 '이 부분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여기는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등 이것저것 고쳐야 할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물론 좋은 발표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제 말투가 다소 직설적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다음 주에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제가 발표를 맡게 됐고 피드백 시간에 지난번에 제가 피드백했던 그 A가 손을 들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A의 피드백은 평소보다 훨씬 길고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까지 집요하게 지적했습니다. '이 부분은 근거가 약하다', '논지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 등, 저도 인정할 부분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일부는 억지로 꼬투리를 잡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나니 괜히 속이 쓰리고 나도 모르게 이를 갈게 되더군요.
한 달쯤 지나서 이번엔 제가 A의 발표문 지정토론자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 기회를 제대로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발표문을 여러 번 읽고 문제점과 개선점을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수업 당일, A가 발표를 마치자마자 저는 '문제의식이 부족하다', '글의 구조가 산만하다', '주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와 같은 지적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냈습니다. 제 나름에서는 최대한 논리적이고 단호하게 말했죠.
그런데 제 토론이 끝나자마자 A가 표정이 굳더니, “토론자가 내 발표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순간 수업 분위기가 싸해졌고, 교수님께서 조용히 “오늘 토론은 여기까지 하죠”라고 정리하셨습니다. 수업이 끝났지만 저와 A 사이의 묘한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A와 별다른 대화도 없이 조용히 교실을 나왔습니다. 저도 어린 나이였고 그 친구도 어린 나이였기에 결국 이 갈등을 좋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지금도 서먹서먹한 사이로 남게 되었죠.
대학원에서의 피드백은 서로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지만, 때로는 감정이 상하고, 갈등이 쌓이기도 합니다. 다만 아쉬운 건 박사수료를 한 지금에서는 피드백이란 단순히 논리적 지적이나 지식의 교환만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과 자존심까지 얽혀 있는 미묘한 소통이라는 걸 안다는 것이죠. 더 많은 수업을 거치면서 제 상대방의 입장이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오히려 관계에 상처만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겁니다.
아마 오늘도 어딘가의 인문대 대학원 강의실에서는 비슷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을 겁니다. 대학원에서의 토론과 피드백은 결국 함께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과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신중하고 배려 깊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의 제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지금은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