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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 대학원의 석사논문 심사

심사, 그날의 떨림과 후련함

by cm

저번 연재에서 지도교수님과 선배들 앞에서 석사논문 주제 계획서를 발표했던 세미나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오늘은 해당 내용의 연장선상으로 저의 석사논문 심사기를 적어볼까합니다. 사실 석사논문 심사는 지도교수님과 어느정도 얘기가 끝난 상황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교수님들끼리도 대략적인 얘기는 해둔 상황에서 심사를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죠.... 저의 석사논문 심사기를 그럼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드디어 석사논문 심사라는 큰 날이 왔습니다. 대학원 생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관문이자 ‘진짜 석사’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죠. 논문 심사 날에는 심사 대상자들이 직접 교수님들을 위해 간단한 다과를 준비합니다. 과자, 커피, 주스 같은 것들이죠. 사실 예전엔 ‘굳이 저런 걸 왜 챙기지?’ 싶었는데 막상 제가 심사 대상자가 되고 나니 교수님들이 다과를 드시면서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날만큼은 작은 호감이라도 붙잡고 싶었습니다.


심사는 박사논문부터 시작됐습니다. 박사 선배 두 분이 먼저 들어가서 심사를 받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죠. 박사는 외부심사위원도 있기 때문에 보통 시간이 더 걸린답니다. 저는 심사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느라 대기실에 따로 준비된 다과에는 손도 못 댔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릿속은 온통 ‘내 차례가 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뿐이었죠.


마침내 제 차례가 됐습니다. 저희 학교는 한국사 석사논문 심사를 여러 명이 동시에 받는 방식이라 저를 포함해 세 명이 함께 심사실에 들어갔습니다. 교수님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죠. “여기 논지가 약한 거 같은데 추가할 만한 내용 없어요?”, “이 부분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목을 바꿨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속으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한 척 다 알고 있다는 척하면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머릿속에서 미리 준비한 답변이 척척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순간순간 머뭇거리기도 하고 “더 고민해보겠다”는 말로 얼버무리기도 했습니다. ‘혹시 여기서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다행히도 교수님들께서 “수고했다”, “논문 열심히 썼다”고 칭찬해주시면서 합격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심사실을 나오는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죠. 하지만 그 모든 긴장과 불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만큼 ‘이제 정말 석사가 됐구나’ 싶은 기쁨이 밀려왔습니다. 대학원 생활의 큰 고비를 넘겼기에, 저는 정말 날아오를 듯이 행복했습니다. 합격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까지의 모든 불안과 고민이 조금은 의미 있었던 과정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됐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지금 이 글을 쓰며 잠시 그 때를 돌이켜보니 그날의 떨림과 긴장, 그리고 안도의 순간까지 모두가 대학원 생활이라는 큰 부분 중 하나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논문 심사를 준비하면서 수없이 자료를 뒤지고 선배와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지도교수님의 피드백에 좌절하기도 했던 지난 시간들이 그 날의 순간은 만들었으니깐요. 물론 저에게는 더 큰, 그리고 지금도 오르고 있는 산인 박사학위라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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