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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 대학원생의 첫 연구논문 작성하기

연구자로서 인정받음의 첫 걸음

by cm

지난 연재에서는 박사과정이 되고나서 처음 들어간 지도교수님의 수업과 달라진 태도에 대해서 적었습니다. 이처럼 박사과정은 석사과정과 달리 많은 기대와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박사과정은 이제 한 명의 연구자라는 인정을 받기위해서 연구실적을 쌓아나가야 하죠. 그 첫걸음이 내 첫 연구논문을 작성하는 겁니다. 오늘은 저의 첫 연구논문을 작성했던 과정에 대해서 풀어보겠습니다.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석사학위논문을 학회에 투고할 준비를 하는 일입니다. 석사논문은 말 그대로 석사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일 뿐, 연구자로서의 ‘실적’으로 인정받으려면 논문집을 출간하는 학회에 투고해서 정식 논문으로 인정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내 석사논문을 다시 다듬고, 지도교수님과 상의해 적당한 학회를 정하고 투고를 준비하게 됩니다.


논문을 투고하는 방식은 지도교수님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교수님은 직접 학회를 섭외해주고, 논문 발표 자리까지 마련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이제 박사니까 스스로 해보라”며 알아서 투고하라고 하시기도 하죠. 저희 지도교수님은 전자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여러 사항들을 바탕으로 논문을 고치기 시작했는데, 박사가 되었기 때문인지 수정에 대한 요구치가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논문을 고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지난했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이 부분은 논리 전개가 약하다”, “여기 인용은 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결론에서 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좀 더 분명히 써라” 등등,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셨거든요. 석사 때는 그냥 ‘통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컸지만, 박사과정에 들어오니 논문 한 편을 완성하는 데 요구되는 기준과 책임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들이었죠.


결국 박사 1학기가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발표용 논문 수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가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는 겁니다. 모든 학회 활동과 발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박사 2학기에는 논문 발표를 할 기회 자체가 사라져버렸죠.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박사 3학기가 되면서 비로소 연구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학회 발표회 날짜가 잡혔습니다.


발표문 일부.png 학회에서 발표했던 발표문 일부

다행히 발표는 큰 문제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논문도 투고를 할 수 있었죠. 논문 투고 후, 두 달쯤 뒤에 첫 연구논문이 정식으로 게재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첫 논문이 게재되고 나서야 비로소 지난 시간들이 모두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논문집에 내 이름이 실린 걸 보고 그동안의 불안과 고생이 한순간에 잊히는 듯했습니다. 물론 그 논문 한 편이 내 연구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첫걸음을 내딛는 데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앞으로의 길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죠.


첫 연구논문을 받고 났을 때, 이제는 연구자로서 또 박사과정 선배로서 후배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나눠줄 수 있겠다는 작은 자신감도 생겼었죠. 지도교수님도 연구자로서 어느정도 인정을 해주신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연구자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지만, 첫 논문 투고의 기억은 지금도 제 의지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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