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없이 시작해 얻은 큰 보람
오늘 연재는 대학원생의 연구와 생계 모두와 엮여 있는 주제입니다. 바로 연구 사업신청에 대한 것이죠. 연구 사업은 내 연구 실적을 채울 수 있는 동시에 연구비를 통해서 수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굉장히 좋은 사업이기에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하죠. 저는 다행히 운이 좋아서 여러 연구 사업을 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제가 첫 연구사업을 땄을 때로 가보겠습니다~
인문대 박사과정에 들어오면, 생각보다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도전할 기회가 생깁니다. 보통은 지도교수님을 중심으로 큰 프로젝트를 따와서 여러 명이 팀을 이뤄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1인 연구만을 지원해주는 개인 연구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연구재단에서 시행하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B유형은 1년에 2000만 원을 지원해주는 큰 사업이라, 박사과정생이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죠. 다만, 3년 동안 3편 정도의 논문을 써야 하는 커트라인이 있어서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이 밖에도 국방부, 국사편찬위원회, 서울역사편찬원 등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개인 연구 사업도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진입장벽도 낮아서 첫 도전에는 오히려 더 적합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3학기에 큰 기대 없이 국방부 연구 프로젝트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논문 실적도 쌓고 싶고 연구비도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안 되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죠ㅎㅎ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처음 해보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덜컥 선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연구 용역 계약서를 쓰고 처음 마주하는 행정 절차에 정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냈던 연구 주제가 저도 처음 다루는 주제였기에 글을 잘 못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죠. 논문을 쓰면서는 평소 다른 논문들을 쓸 때보다 훨씬 많은 준비를 하고 연구를 했습니다. 그렇게 용역 계약 9개월 후에 드디어 논문 발표회가 열렸죠. 발표회에 나가서 여러 선생님들과 토론을 하다 보니 박사과정생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도 진짜 연구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발표회에서 활발한 토론과 피드백을 거쳐 논문을 수정해 나갔고 마침내 연구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저의 연구 논문이 다른 선생님들의 논문과 함께 연구서로 묶여 출판됐을 때, 그리고 연구비가 계좌에 들어왔을 때의 뿌듯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 쓴 연구논문이 게재됐을 때의 기쁨도 컸지만, 연구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논문을 완성해서 책으로 내는 경험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성취감으로 다가왔답니다!
연구 사업은 처음엔 실적만 생각하고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실제로는 연구자로서 한 뼘 더 성장하고, 새로운 주제에 도전하는 용기를 얻게 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지금도 저는 박사 후배들에게 연구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첫 연구사업 이후에 여러 사업에 도전하였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첫 연구 프로젝트의 기억이 지금도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