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교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시간
저는 박사과정의 대부분을 코로나와 함께 보냈습니다. 코로나가 극성이었던 20~22년에 박사과정을 다녔거든요. 유독 석사과정생이 많았던 저의 석사생 시절을 지나서, 대학원생, 학부생이 없던 텅 빈 교정에서 박사과정을 보낸 저에게 코로나란 것은 많은 생각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코로나가 바꿔놓았던 대학원의 일상 일부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고 한 학기가 지나면서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설마 이렇게까지 세상이 달라질까? 신종 플루 때처럼 금방 끝나겠지’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정말 순식간에 대학원 생활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죠.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학과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는 점이었습니다. 신입생 세미나, 콜로키움, 학과 총회 같은 자리들이 사라지니 같은 세부 분과가 아니면 선배와 후배가 서로 얼굴도 모르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학과 내 유대감이나 소속감도 예전만 못해진 느낌이 들었죠.
수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면 수업 대신 줌(Zoom) 수업이 기본이 되면서,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듣는 건 분명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조교로 출석 체크를 할 때는 줌 화면에 학생들이 한눈에 보여서 훨씬 수월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공부를 하면서 출석 체크를 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생겼고요.
하지만 편리함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특히 대학원 수업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교수님들은 비대면 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셨고, 대학원생들끼리는 서로 얼굴을 잘 모르니 자연스러운 피드백이나 토론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수업의 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저는 원래 대학원 생활을 비교적 독립적으로 하는 편이라 코로나 초반에는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오히려 편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한 학기를 넘어 다음 학기에도 계속되자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원 생활이란 게 결국 누군가와 교류하고, 토론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죠. 혼자 방에 틀어박혀 논문만 읽고 있자니, ‘나는 지금 대학원생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공부하는 백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의 지도교수님도 비슷하게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두 번째 학기에 들어서면서 학교의 허가를 받아 10명 미만의 대학원 수업을 대면으로 다시 여셨죠.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교수님과 선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질문을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때를 계기로,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코로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학과의 분위기, 인간관계, 수업 방식, 심지어 대학원생으로서의 정체성까지도 흔들어놓았으니까요. 그러한 변화가 오히려 ‘함께’의 가치, 직접 만나서 소통하고 토론하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비대면의 편리함에 익숙해질 때가 있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면 역시 대학원 생활의 진짜 의미는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교류와 성장에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