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신분, 쉽지 않은 현실, 그래도 나름의 청춘
오늘은 제 생각에 나름 재밌는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인문대 대학원생들의 연애에 대해서죠! 다만 제 경험담을 적기에는 부끄럽고,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적기에는 너무 이용하는 것처럼 비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은 특정한 경험담이 아니라 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본 인문대 대학원생들의 연애 유형에 대해서 적어 보겠습니다. 많이 읽어 주세요!
인문대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다 보면, 연애라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전히 학생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신분이 첫 번째 걸림돌이 됩니다. 대학생들에게는 나이 많은 선배일 뿐이고 사회에 나간 친구들에게는 돈 없는 대학생 비슷한 존재로 보이기 일쑤죠. 이런 어중간한 위치에서 연애를 시작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더라고요.
환경적으로도 녹록지 않습니다. 넉넉한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이 부르면 데이트 중간이라도 달려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주말에는 발표회, 학술대회가 줄줄이 이어져서 애인과의 약속을 미루는 일이 다반사죠. 그래도 이런 조건 속에서도 연애를 기어코 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대학생 때부터 사귀던 애인과 꾸준히 연애를 이어가는 경우입니다. 이런 커플들은 연애하는 티도 잘 안 내고, 대체로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죠. 다만, 한 번 헤어지면 다음 연애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새로운 인연을 만들 여유도, 환경도 마땅치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같은 대학원생끼리 사귀는 경우입니다. 같은 과에서 만나기도 하고, 대학원생 친구의 인맥을 통해 타대학이나 타과의 대학원생을 소개받아 연애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 유형은 서로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다만 한 명이 먼저 졸업하거나 진로가 달라지면 위기가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소개팅이나 각자 알아서 대학원 밖에서 연애를 하는 유형이 있습니다. 사실 이건 숫자가 많지 않은데, 아무래도 인문대 대학원생이라는 조건이 연애 시장에서 썩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루트로 연애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안정성은 좀 떨어지지만 애인이 자주 바뀌어도 연애 자체는 끊임없이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인문대 대학원생도 각자의 방식으로 연애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되고, 연애를 하면서도 지금의 처지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원생들이 대학원 과정 동안 연애를 하며, 나름의 청춘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대학원생의 연애란,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또 하나의 ‘연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