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형 인간들이란
요즘 에피소드들이 진지한 내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볍게 즐길만한 내용을 들고 왔습니다. 바로 사학과 대학원생들의 역사 수다, 역사 개그에 대해서입니다. 사학과 사람들은 아무래도 역사 공부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역사로 수다를 떨거나 개그를 하기도 하는 등 역사 대화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에피소드를 두 개 풀어보겠습니다~
사학과 대학원생으로 살다 보면 남들은 잘 모르는 ‘역사 수다’와 ‘역사 개그’의 세계가 따로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역사 공부에 파묻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도 역사에 머무를 때가 많고 때로는 그게 엉뚱한 에피소드로 이어지기도 하죠.
사학과 학생이라고 하면 흔히들 유적지나 유물의 안내문을 줄줄 외우고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안내문에는 문화재의 높이, 넓이, 재질 같은 세세한 수치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데 솔직히 그런 걸 다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사람입니다 사람! 오히려 사학과 대학원생들이 유적지에서 가장 자주 하는 일은 안내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틀린 내용’을 찾아내는 겁니다.
문화재 안내문은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고,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도 많아서, 최신 학설이 반영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가 들어간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예전에 석촌동 고분을 답사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안내문에 “근초고왕의 무덤으로 추정된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사실 석촌동 고분군이 정확히 누구의 무덤인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었습니다. 저희는 “이걸 확정이라고 써놨네?” 하면서 안내문을 둘러보고, “아직 근초고왕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며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틀린 내용을 잡아내며 문화재를 구경하는 게 사학과 대학원생들만의 소소한 취미가 아닐까 합니다.
술자리에서도 예외는 없습니다. 사학과 대학원생들이 술에 취하면, 전공 얘기를 마구잡이로 꺼내기 시작합니다. 이때 누군가가 역사 개그를 치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 순간에는 다들 뒤집어지게 웃다가도, 다음 날 생각해 보면 “이걸 왜 했지…” 싶은 민망함이 몰려온다는 점입니다.
한 번은 경주 답사 중에 다 같이 술을 마시다가, 한 친구가 큰 사발에 물을 붓고 술잔을 띄워 옆사람에게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경주에 왔으니 포석정처럼 술잔을 띄워보자!”는 아이디어였죠. 그때는 다들 “와, 이거 진짜 좋은데?” 하면서 술잔을 돌리고, “주령구는 없냐, 주령구!” 같은 멘트로 떠들썩하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 장면을 떠올리니 괜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문제는 이런 수준의 개그를 종종 술자리에서 다른 내용으로 한다는 것이죠. 저도 자주 하기 때문에 더 민망할 따름입니다ㅎㅎ
이렇게 사학과 대학원생의 수다는, 남들이 봤을 땐 별거 아닐지 몰라도, 우리끼리만 통하는 역사 개그와 민망한 추억으로 가득합니다. 어쩌면 이런 엉뚱한 수다와 순간들이, 긴 공부와 연구의 일상 속에서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활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어딘가 대학원생들의 술자리에서는 또 한 번의 역사 개그와 민망한 추억이 만들어지고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