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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끼 Aug 07. 2023

힘내라는 말의 시차공격 주의

힘내라는 말이 가장 힘 빠지는 소리인 것은 아는 사람은 안다

오랜만에 만난 전 회사 형님들과의 술자리. 그 형님들까지는 괜찮았는데 형님들이 데려온

전 회사분들이 조인하면서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


친한 형님들은 이혼한 사실을 알지만 오랜만에 보는 선배가 와이프랑 아기는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묻길래. 

그날따라 귀찮기도 하고 거짓말하기도 싫어서 지금 따로 지낸다고 이혼했다고 말했다.


깜짝 놀라는 선배의 말은 OO아 힘내라
그런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 힘내라는 말은 묘하게 힘이 빠진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인생이 마음대로 안되네요 하며 넘어갔지만 기분 좋은 술자리인데도 텐션이 갑자기

확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지인이 한번 더 말을 퍼트렸는지 며칠 후에 몇 년 간 연락 안 했던 전 회사 지인분이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OO아 잘 지내니? 말 들었다. 힘내라. 이른바 2차 어택이었다.


이제 진짜 난 괜찮은 거 같은데 자꾸 힘내라고 하니깐
어떻게 더 힘을 내야 할지 고민스럽다. 
나는 그냥 더 힘 안 내려고 한다. 그냥 마음이 아프면 아픈 대로 후회나 불안이
차오르면 가슴이 저릿한 채로 고독하면 쓸쓸한 대로 그렇게 존재하지머



한동안 스스로 괜찮아 힘내자는 말로 내 감정을 외면해 보니,
부정적 감정이 오히려 더 커 보이고, 왠지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조차 들었다.

차라리 모닥불 앞에서 불멍 할 때처럼 타오르는 감정들을 찬찬히 지켜보면서
이 불꽃이 서서히 재가 돼 가는 걸 기다리는 게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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