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겉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만으로는 상대방의 진심을 판단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누군가와 중요한 일을 논의하거나,
그리 중요하진 않더라도 어떤 선택의 상황에서 서로의 생각과 의중을 물을 때
우리는 곧잘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서로의 진심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농담인 듯 진담인 듯 교묘하게 오고 가는 대화들 속에서 어느새 저마다 자신만의 착각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인지, 혹은 싫어하는 것인지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또는 하기 싫어하는 것인지..
사실 알쏭달쏭한 표현들 속에서 상대방의 진심을 캐치해 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헛다리를 짚는 경우도 더러 있다.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하고 싶다면,
우리는 완곡한 거절과 넌지시 나오는 속내의 시그널 속에서 대화 내내 상대방의 말과 표정, 행동 하나하나에 예의주시하며 참과 거짓을 밝혀내는 거짓말 탐지기가 되어야 한다.
물론 너무나 피곤한 일이지만, 서로 말하기 곤란한 주제들은 대화 내내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고, 돌려서 돌려서 이야기하게 되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개인 성향에 따라서는 애초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애초에 우리 사회는 예를 중시하는 문화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자리 잡혀 있다.
즉, 상대방을 대함에 있어서도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많다는 말이다. 예의상, 어쩔 수없이..
하지만 그러한 문화가 서로를 배려해 주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하기에 이 또한 마냥 부정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편한 사이인 만큼 서로의 속내를 숨기거나 돌려서 이야기할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간혹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오해로 남을 때가 있다.
농담인데 진심이 담긴 것 같은 말 한마디가 어느새 비수처럼 꽂혀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저 말이 진심일까? 농담일까? 농담반 진담반일까...
정색하고 진심이냐고 물어보기엔 어색해질 것 같고, 또 진심이라면 확인사살이 될 것 같아서 두렵다.
간혹 제3자에게는 진심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당사자에게는 진심을 표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하면서 말이다.
다툼이 생길 때도 그렇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때도 우리는 정작 당사자에게는 털어놓지 못하고
제3자를 통해서 진심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만큼 상대방에게 직접 진심을 부딪히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내 성격 탓도 크다.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은데 곱씹어보면 의미심장한 말인 경우도 있고, 말 그대로 아무 뜻 없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의 진심을 알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내가 신이 아닌 이상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주어진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대놓고 물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상대방의 말만 듣고 이해하고 파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상대방의 진심을 알고 이해하고 싶다.
표정은 웃고 있음에도 정말 힘들어하는 것은 아닌지
차갑게 이야기 함에도 사실은 나를 배려하는 것은 아닌지
악의가 없음에도 사실은 속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한 번씩 물어보고 싶다.
어디까지가 진심이냐고.
친구 사이, 동료 사이, 선후배 사이,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도,
진실을 코앞에 두고 서로 다가가지 못한 채 주변만 맴돌기보다
진심을 전하고 마음이 통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