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초저녁.
이유 없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살짝 떠오른 서울의 달은 어렴풋이 우리를 비추었어.
참 이상하지.
그날의 온도, 그날의 바람, 그날의 작은 떨림까지 모두 잊은 줄 알았는데,
흔들린 사진 한 장이 날 멈춰 세워.
한 여름밤의 꿈같던 날이었지.
아무리 달콤하게 취해도 깨어야 하니 꿈일 수밖에 없던 그런 날.
그럼에도, 꿈속에 있길 택했어.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났지.
아니, 깨어났다 여겼지.
그런 난, 흔들린 사진 한 장에 몇 시간을 멈춰있어.
한 여름밤의 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
계절은 봄을 통과하는 중이야.
눈 깜짝할 새 다시 여름이 올 거야.
한 여름밤의 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나는 우리의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당신은, 온 세상이 푸르른 여름이란 계절을 가장 좋아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