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초입이었으니 여름이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해 여름이라 칭하기로 한다.
뜨거운 여름 바람이 나를 맴도는 공기 사이사이에 스며있다.
그 여름을 붙잡고 싶었다.
그 여름을 붙잡아, 영원이란 시간 속에 가두고 싶었다.
그 해, 을지로의 여름은 내 행복의 종착지였다.
단 잠 사이에 끝날 것임을 알았던 찰나의 행복.
그렇게 난 찰나의 행복을 그곳에 두고 당신을 떠났다.
그곳에 당신을 남겨 두고 떠났다.
다시 당신에게 돌아오겠단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느낀 찰나의 행복을 당신도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요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난 그 해 을지로의 여름을 양분 삼아
나를, 내 삶을 지켜냈다.
내가 여즉 그리워하는 것은 그곳일까, 함께했던 당신일까.
다시 그곳에 가면, 여전히 내게 웃어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