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종종걸음으론 따라잡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지만,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는 변하지 않는 감정의 조각들이 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속 그 소녀,
상상 속 유럽의 골목길에서 풍겨 오는 달콤한 빵 냄새,
할머니의 장롱 속에서 발견한 레이스 드레스 한 장.
나는 그런 오래된 꿈을 기억의 정원이라 칭하기로 한다.
그리고, 기억의 정원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나는 여럿이고, 당신은 누군지 모른다.
그럼에도 조용히 읊조린다.
'기억의 정원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
'당신'은 가슴속 동화를 간직한 채 짧은 세월을 지나 어른이 되어버린 '나'일 수도 있고,
그런 '나'가 여즉 기다리고 있는 단 한 명의 꿈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기억의 정원에 갇힌 채 당신을 기다린다.
당신을 만날 때까지 이야기를 쓰는 것을 멈추지 않으련다.
부디 너무 애타게는 말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아니, 아니야. 내가 기억의 정원에 오래도록 머무를 수 있도록 여생에 걸쳐 나타나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