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좋아한다.
감정이 생긴 어린 시절 이후 성인이 된 지금까지 겨울을 좋아한다.
바람이 매서워 얼굴이 시려 마지못하던 날
두툼하게 껴입은 코트와 두툼한 뜨개 목도리를 좋아한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들뜸과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을 좋아한다.
시림 속에 피어난 그 따뜻함을 좋아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추위가 깊어질수록 봄이 또렷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가 버거워질 때마다, 그 속에 숨겨진 봄의 향기가 어렴풋이 느껴지곤 했다.
나는 그런 계절 속에 있다.
모든 게 멈춘 듯한 시간, 모든 것이 지나간 듯한 공허 속에서, 그저 기다리는 마음만을 품으며.
과거의 기억이 따뜻해서 놓을 수 없고, 미래의 꿈이 간절해서 닿고 싶은 모순덩어리.
아직 이겨내지 못한 겨울 속에서, 이미 다가오고 있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
더 이상 순수한 마음으로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겨울이 지나면 새로운 봄이 올 것임을 알고 있기에 난 여전히 그 계절을 좋아한다.
그렇게 새로운 봄이 오면, 다시 겨울을 기다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