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내를 품은 꽃향이 예고 없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따뜻한 바람이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닿았다.
오늘은 슬프도록 따뜻하고 적막한 봄날이다.
그래서, 오래전 어느 봄날을 떠올린다.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일 뿐인, 아무것도 아닌 그런 날을.
과거의 어떤 날이 그리워 마음이 애달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슬픔이다.
이미 긴 여행을 떠난 아버지의 봄 날을 떠올린다.
그날의 온도와 향기는 명확한 기억이라기보다 마음속 어딘가에 부유하던 감정의 조각들이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어떤 감정.
마음 한 구석에 아주 작고 빛바랜 문 하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에 갇혀 영영 나오고 싶지 않아 늘 빗장을 걸어둔 채 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깊은 밤 혹은 이른 새벽은 날 세차게 흔든다.
결국엔 나를 기억의 정원으로 되돌린다.
그곳에 갇혀 뜬 눈으로 이 고요를 향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