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그 어떤 말을 건네도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 것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쓰린 것은 꿈속에서 마주친 당신의 얼굴이다.
당신은 언제나 말이 없고, 나는 묻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잠시 빌려, 마치 영원의 시간에 갇힌 것처럼 서로를 눈에 담는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오랜만에 마주한 당신의 표정을 기억하려 애쓰지만,
전혀 기억할 수 없다.
나는 당신이 그립다.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당신의 표정을 또렷이 기억해 낼 수 있을까.
당신이 나를 보며 아주 자그마한 미소라도 지었는지 알 수 있을까.
언제나처럼 부질없는 바람을 손 끝에 쥐어본다.
내 모든 숨이 다 하는 날까지 내 기억 속에 머물러주기를.
이유도 모른 채 떠도는 이 그리움에
조금의 흔적이라도 남겨주기를.
그 흔적이, 나를 숨 쉬게 하기를.
'기억의 정원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