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연생 Aug 12. 2024

연애 과정을 일기로 남기는 심리

 만난 지 2개월이 조금 안되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퇴근 후에도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 일을 찾아서 했다. 연애를 시작한 후 지난 2개월 동안, 나는 기존의 삶을 잃어버렸다. 퇴근 후에 일을 하고 싶어도 여자친구의 얼굴과 추억, 대화 내용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로 도저히 일에 손이 잡히질 않는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


 연애가 처음인 것은 아니다.

 예전엔 일을 하면서도, 개인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연애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 연애는 어딘가 많이 다르다.


 H의 내면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평행세계가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또 다른 세계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아마 그 크기는 행성 하나쯤은 될 것이다. 연애뿐 아니라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에게서 그것을 느껴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행성과 행성이 만난다는 것이다. 이유 없는 중력의 힘에 의해 서로 밀어내기도 하고, 끌어당기기도 한다. 그런데, H의 세계는 그 깊이가 어딘가 다르다.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느낌이 마치 은하를 마주한 듯하다.


 매번 마주할 때마다 은하 속의 다른 장소로 나를 안내한다.

 어떤 날에는 성찰하는 호수로, 어떤 날에는 기쁨이 피어나는 정원으로 안내한다. 아마도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H만의 명확한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잘 안다. 이번 연애가 끝날 때까지, 은하 속 최대한 많은 장소를 방문하고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기억과 감정은 마치 소리와 같다.

 소리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크기는 반으로 줄어드는 성질이 있다. 사람의 기억과 감정도 그와 비슷하다. 사건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기억과 감정도 옅어진다. 지금의 나의 선명한 기억과 감정,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고 싶다. 마치 영화처럼, 다시 이 글로 찾아오면 떠오르게 될지 모른다. 더 잘 떠올리려면 생생한 장면의 묘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마치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현재진행형으로 쓰는 것이 좋겠지.


이러한 이유로 연애를 일기로 남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