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가기 전, H는 나에게 요가를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몸이 유연하지 못하다. 그래서 요가를 한다는 것이 익숙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가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기꺼이 수락한 이유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H와 함께할 때에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늘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 늘 하던 취미가 아닌 새로운 취미, 늘 가던 공간이 아닌 새로운 공간. 그 경험은 그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의 경험의 차원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킨다. 지금까지 H가 나에게 소개해준 좋은 경험들이 요가도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한번 도전해 보라 부추긴다. H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름다운 공간과 흥미로운 취미, 맛있는 음식이 세상 곳곳에 있는데 알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란다. H는 집 근처의 가본 적 없는 처음 들어선 동네를 걸어보면서 미지의 어딘가를 떠올리곤 한다. 이국적인 어떤 분위기를 느끼고 떠올리는 듯하다. 집 근처 동네의 사소한 요소에서 먼 곳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은 H만이 가지고 있는 축복받은 능력이다. 하지만 H의 말로는 소설이든, 영화든, 실제로 가본 적 있는 곳이든 새로운 경험들이 있어야 그런 감성도 깊어진단다. 그렇기에 H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가를 하러 차를 타고 가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한다. '혹시 내가 잘 못하면 어쩌지', '많이 아프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에 말이다. 요가를 배우러 도착한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진다. 눈앞에 탁 트인 바다와 날씨는 덥지만 시원한 바람이 마음 안으로 파고드는 기분이다. 좋은 취미를 소개해준 H에게 역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요가를 하는 동안 몸은 뻐근하고 힘들지만 나름 버틸만하다. 힘든 자세에서 편안한 자세로 이동하는 단계에서 묘한 뿌듯함을 느낀다. 특히 정면을 향해 고개를 치켜드는 자세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최고다. 내가 몸이 뻣뻣해서 자세가 우스꽝스러웠는지 종종 H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H의 웃음이 나를 기분 좋게, 뿌듯하게 한다. 앞으로도 이런 순수한 웃음을 자주 마주하게 되길 바란다. 돌아오는 길에 H에게 좋은 취미와 경험을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전한다. H도 나와 함께하는 것이 즐거웠는지 다음 날 또 요가를 하러 가자고 한다. 약간은 힘들었지만 시원한 경치, 아름다운 H와 함께한 요가가 힐링이 되었기에 한번 더 가보기로 한다.
더운 날씨에 요가로 몸이 한껏 풀어진 우리는 맛있는 우동을 먹는다. 몸이 고단해서 그런지 맛이 정말 환상적이다. 왕새우튀김 우동과 제주보말우동을 먹었는데 정말 만족스럽다. 특히 H는 왕새우튀김우동을 마음에 들어 한다. 역시나 새우는 H에게 주는 것이 서로의 높은 만족감에 이롭다. 쫄깃쫄깃한 우동에 짜지 않지만 풍미 있는 따끈한 국물. 다음에 제주에 다시 오게 된다면 H에게 이 우동을 또 선물해야지.
두 번째 요가는 나의 첫 요가와는 다른 결이었다. 첫 요가가 나의 몸의 한계에 도전하는 느낌이었다면, 두 번째 요가는 조금 더 내면과 나의 신체를 들여다보려는 느낌이 강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두 번째 요가가 더 좋았다. 나의 내면을 돌보는 일은 참 중요한 일이지만 살아가면서 여유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놓치기 일쑤였다. 빠우사라는 두 번째 요가는 Pause[쉼] 라는 의미의 이탈리아 말이라고 한다. 단어 그대로 요가를 통해 잠시 쉬면서 나의 내면과 신체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특히,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의 내면을 함께 들여다보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참 좋았다. 선생님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는, 여유 있는 태도도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H를 대할 때에도 항상 여유 있는 태도로 대해야지. 할 수 있는 만큼만, 있는 그대로의 H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어야지. 지치고 힘들 때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