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7 연락만 하며 서로 만남을 피하고 있는 상태. h는 습관적으로 나에게 답장을 하며, 서로의 일상보다는 안부만을 묻고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서로 이미 마음이 많이 멀어지고 있구나. 이대로 더 멀어지게 되면 주고받던 연락도 더 뜸해지고.. h에게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게 되겠구나.
나는 h에게 항상 친절해왔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주어야 조금이라도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친절함을 누군가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사실 h 덕분이지만 말이다. h는 나에게 친절할 습관을 들여주었다.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어도, 먼저 안아줄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고양이가 할퀴어도 안아줄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왜 사업을 하려고 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h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 서울에서 지내는 이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준비하는 이유. 나의 삶의 많은 이유가 그저 h에게 인정받기 위함이었다니. 관성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이겨내려고 하는 나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나를 붙잡고 이끌고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나를 놓아버린 느낌. 내가 원하지 않던 자유를 갑자기 부여받은 느낌이다. 몸은 원래 하던 일상대로 움직이고는 있지만, 아마 내 월세 방만 아니었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진 않았을까.
애초에 내가 만날 수 없는 상대였고, 헤어짐은 예견된 일이었다. 아주 길고 좋은 꿈을 꾼 느낌이다. 꿈이 너무 좋아서 깨고 난 후에 아쉽고 울적해지는 그런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