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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꺼내보는 이야기

2025년 1월 24일 금요일 일기

by 여백

나에게는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교수님이 한 분 계시다. 내 첫 번째 스승님이자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신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꿈에 나왔다. 돌아가신 이후 두 번째였다. 하늘색 캐주얼한 옷을 입고 계셨고, 건강한 모습으로 수업을 하고 계셨다. 강의실에는 학생들이 가득 차 있었고, 나도 그 속에 앉아 있었다.


꿈속에서 교수님은 나를 보고 “정외과 출신이라 글이 묘하다”라고 하셨고, “집중 코스를 듣는 애”라고도 하셨다. 그 말이 무슨 뜻일까 곱씹어 보자면 교수님이 생전에 내게 어떤 기대를 걸고 계셨을지, 아니면 내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두셨던 것인지 궁금하다. 꿈속에서의 ‘집중 코스’라는 말은 마치 석사때와 전공이 다르지만 박사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시는 힘 같았다. 교수님이 내게 건넨 어떤 신뢰의 표현일지도 몰랐다.


돌아보면 나는 교수님이 남겨 주신 논문과 저서들을 따라 읽으며 나 역시 같은 꿈을 꾸며 고민했고, 글을 쓰며 길을 찾았다. 그리고 교수님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교수님과의 만남은 너무도 짧았고, 교수님이 돌아가신 날이 오래될수록 학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흘러갔다. 오늘 교수님께서 나를 꿈에 찾아오신 것은 ‘나는 여기서도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꿈속의 교수님은 생전과 다름없이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분위기였다. 엄격하면서도 학생을 향한 애정이 깃든 말투였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 한참을 생각했다. 교수님은 무슨 뜻을 전하시려고 꿈에 찾아오신 걸까.


어쩌면 그건 단순한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품고 있던 그리움과 다짐이 만들어낸 하나의 장면일 수도 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내가 상상했던 장면이 꿈속에서 펼쳐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교수님께서도 아쉬워서 꿈이라도 정말 나를 가르치러 찾아와 주신 걸까.


그렇다면 나는 이 삶을 더 단단하게 살아야 한다. 교수님도 하늘나라에서 여전히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니, 나도 흔들리거나 의심이 들 때마다 이 꿈을 떠올리며 교수님이 바라보기에 멋진 학문적 성취를 이뤄 내도록 해야겠다.


아무튼 꿈속에서라도 교수님을 다시 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따뜻한 모습 그대로, 많은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하고 계셨다.


개강이라 그런지 교수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기에 꿈을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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