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이 하트모양이예요!

매일을 살아가다

by 무지개맛 우유

Jul. 2024

새벽에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 있었다. 하늘도 아직은 비를 머금고 있는 듯 뿌옇게 보였다.

며칠 전 예약해둔 건강검진을 받으러 하얀 우유와 함께 갔다.

언제나 그렇듯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의 검진은 사람들이 많아 조금은 소란스러웠다.

검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분명 ‘별일 없을 거야’라는 생각과 ‘혹시…’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건강검진 외에 필요한 다른 검사항목들을 추가하여 검진을 했다.

이런 저런 검진을 받고 대기하며 오랜만에 익숙한 병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일했던 때가 생각나 잠시 그때로 돌아가보기도 했다.

마지막 수면 위 내시경을 하기 전에 자궁경부 암 검사와 질 초음파 검사를 이어갔다.

질 초음파 중 담당의사가 그 동안 듣지 못했던 말을 건 냈다.

“자궁모양이 다른 분들과 좀 다른데 알고 계신가요?”

당황하는 나에게 담당의사는 차근히 설명해 나갔다.

자궁은 주먹 같은 동그란 모양인데 나의 경우는 하트모양이라고 했다.

자궁의 위 부분이 굴곡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왼쪽 난소에 물 혹이 보인다고 했다.

일단 검사를 마치고 다시 담당의사를 만났다.

세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자궁모양의 변형이 생긴 것은 아닌지 묻자 의사는 그보다는 선천적인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교정을 위한 다른 시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왼쪽 난소의 물 혹은 3개월 뒤 다시 확인해 보자고 했다.

다음 검사를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창 밖을 보니 뿌옇던 하늘은 여전했고 바람까지 불었다.

내 몸이지만 내가 온전히 알지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라 더했을 터……

생리통이 심하긴 했지만 당연하다고 여기고 방을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진통제만 먹었다.

아이를 낳고 생리통은 줄어들었지만 허리통증과 예민함이 늘었다.

그렇다고 내 자궁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임상에서 일하다 보면 그 ‘남들과 다름’ 곧 ‘이상, 기형’이라는 것이 남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겪고 누리는 것들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스스로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여 ‘정상’과 같은 상태로 살아가고 기능하는 경우들도 많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인체는 신비롭고 놀랍다.

나의 자궁도 ‘남들과 다른’ 자궁이지만 아이를 세 번이나 품었고 전 생애 동안 열심히 호르몬을 분비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맡겨진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나의 자궁이 대견스럽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동시에 ‘남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세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것이 감사했다.

불완전한 내게서 무사히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것이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나는 몰랐지만 기적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검사를 마치고 돌아온 하얀 우유에게 이 일을 전했다.

“와~ 기형인데 애를 셋이나 낳은 거야? 대단하다~ 근데 참 감사하네!”

그래,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 크고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다.

평온한 날들, 고통과 인내의 날들, 지루하리만큼 조용한 날들, 정신 없이 몰아치는 날들 등……

이 모든 날들 가운데에서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고 그 기적들이 모여 우리네 삶이 되는 것이다.

다만 지금 우리의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그 기적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자궁을 통해 또 건강히 태어난 아이들을 통해 삶의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줄 호두과자를 샀다.

하얀 우유가 반은 먹은 것 같다. 방금 쌀국수랑 볶음밥 먹고 나왔잖니…

그래, 잘 먹고 잘 웃는 남편을 둔 것도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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