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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권사님의 치매

by 황인갑

권사님은 80이 넘었다. 전에는 기도도 잘하시고 정신이 맑았는데 요즘은 치매가 많이 진행되신 것 같다. 지난번 치매검사를 해서 요양원에 갈 수도 있었는데 가지 않는 것이 몸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요양원에 갇혀 사는 것보다 그래도 집 근처를 다니면서 지내는 것이 낫다. 지금도 보행기를 끌고 밭에 일도 다니신다.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투석도 하고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는 가운데 어머니를 돌볼 여력이 없는 것 같다. 자주 어머니집에 오기는 하지만 나이 든 아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살고 있다.


가끔 수원에 있는 아들이 오기도 하고 전에는 광명에 있는 딸이 자주 왔었다. 이제는 주일날도 잊어버려 모시러 가지 않으면 교회에 오지 못한다. 요즘은 가끔 집에 온 신문을 가지고 와서 중요한 것이 없냐고 물어본다. 무안군청에서 온 신문을 보면서 아들이 무안군수라고 한다. 그래도 전에 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글을 읽을 줄 안다. 성경책도 볼 줄 안다. 단기기억이 잘 안 된다. 때로 자기의 감정과 생각도 정신이 맑을 때는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도 내고 체면을 차리기도 한다. 어느 때는 금방 잊어버리고 몇 번이나 사택을 찾아와서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렇게 몸이라도 건강해서 활동할 수 있고 그 나이에 밭에서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오늘도 권사님을 보면서 자꾸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도 말년에 치매가 있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신다. 전에는 혼자 김장을 하셔서 딸들에게 택배로 보내기도 한 분이었다. 밥그릇을 가스레인지에 올려서 차를 끓인다고 밥그릇을 태워버린다. 어머니는 권사님처럼 치매가 심하지는 않았다. 권사님은 교회에는 꼭 오셔서 예배에 참석하신다. 예배도중에 엉뚱한 말을 반복해서 물어보신다. 그런 말을 답변해 주느라고 예배의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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