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5.18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에 이어,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역사적 사건을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깊은 문체로 표현하며, 역사적 슬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뜻깊은 작품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읽은 소감을 나눠주세요.
2. 작품을 읽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문장을 나눠주세요.
그 꿈을 꾼 것은 2014년 여름, 내가 그 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을 낸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을 때였다. 그 후 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 꿈의 의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 도시에 대한 꿈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빠르고 직관적이었던 그 결론은 내 오해였거나 너무 단순한 이해였는지도 모른다고 처음 생각한 것은 지난여름이었다.(p.11)
봉분 아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 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p.12)
3. 소설 속 경하는 작가 자신의 투영임을 작가는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라, 5.18을 다룬 소설을 썼던 작가에게는, 어쩌면 이 작품 역시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거라고 감히 짐작해 봅니다. 그러나 역사적 트라우마를 작품에서 다루는 작가의 방식을 두고 너무 간접적이거나, 은유적이며, 모호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역사적 슬픔을 작품 속에서 다루어내는 작가의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주 집에 가줘,라고 인선이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이곳까지 왔다.
언제?
내가 묻자 인선은 대답했다.
오늘. 해 떨어지기 전에.
병원에서 김포공항까지 택시로 최단시간에 달려가,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제주까지 날아간다 해도 가능할까 말까 한 일이었다. 이상한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인선의 눈은 진지했다.
안 그러면 죽어.
누가?
새. (p.63)
4. 나(경하)는 사고로 손가락이 다쳐 치료를 받는 인선의 새를 구하기 위해 폭설이 쏟아지는 제주의 인선 집으로 내려갑니다. 좀처럼 단호하게 말하는 법이 없던 인선은 반드시 지금 당장 제주로 내려가 달라고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부탁을 하고, 경하는 필사적으로 이뤄야 할 과업인 듯 그 부탁을 들어주려 합니다. 인선에게 ‘새’가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선에게 반드시 경하여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이 작품에서 ‘새’의 이미지처럼 ‘눈’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작품 속 ‘새’와 ‘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목이 뭐야?
밀폐용기에 담긴 것을 나무 숟가락으로 덜어 주전자에 넣다 말고 인선이 물었다.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주전자에 생수를 부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제목을 묻지 않았어.
나는 대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주전자와 머그잔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며 인선이 되뇌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p.191)
5. 함께 작업하기로 했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제목을 묻는 인선에게 경하는 ‘작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데요. 이 소설의 제목 역시 ‘작별하지 않는다’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나눠주세요.
선택 논제
잔에서 입술을 뗀 인선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녀의 뱃속에도 이 차가 퍼지고 있을까. 인선이 혼으로 찾아왔다면 나는 살아 있고, 인선이 살아 있다면 내가 혼으로 찾아온 것일 텐데. 이 뜨거움이 동시에 우리 몸속에 번질 수 있나. (p.194)
6.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과거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인선이 경하의 혼과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혼이 된 경하가 인선을 찾아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열린 서술로 표현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 작품의 해석은 어떻게 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