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작가의 [봄밤]이란 작품을 읽었다. 각기 다른 고통을 가지고 살다 만나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다.
여자는 이혼 후 자신의 아이를 시댁에 뺏기고 그 누구도 그녀의 상심을 가슴 깊이 공감해 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그녀는 인생이 엉망이 되었다. 그 고통을 오로지 술에 의지했다. 직장에서 쫓겨날 정도로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이다.
남자는 작은 철공소를 운영하다 거래처의 횡포로 부도를 맞고 부인은 위장 이혼을 핑계로 그를 떠났다. 불량신용자로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하며 항상 자살을 최후의 선택지로 삼았다. 우연히 둘은 마흔이 넘어 재혼하는 각자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만났고 같이 술을 마신 그 봄밤 일주일 만에 동거를 시작했다.
같이 사는 동안 여자는 알코올 중독 중증, 남자는 불량신용자로 의료보험 없어 병원에서 적당한 시기의 치료를 놓쳐 12년이 지난 이 봄 둘은 시골에 한적한 요양원으로 왔다.
그들이 나눈 대화에서 분모와 분자가 1이 되는 완성된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읽는 내내 인간관계 특히 사랑하는 사이에 대해서 다시 한번 나의 가치관을 되새겼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바라봐 주고, 그 행동에 이유를 포옹해 주는 것, 정석이 아닌 것 같은 이런 사랑이 오히려 단순해서 감동이었다. 연인에게 많은 요구사항과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았을까? 완벽하게 장단점의 비율이 딱 맞는 사람을 기대만 하다가 사랑할 시간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나를 사랑하면 나도 사랑하고 ,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도 사랑 안 하는 거다.
우리가 그 흔하디 흔한 사랑을 하고 싶은 건, 어쩌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누군가를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이혼율이 50% 이상이라고 한다. 이게 사회변화 현상이라고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사랑은 나에게 어떤 숲 속 산책길에서 느리거나 빠르게 오는 상대방을 편하게 기다리다 운 좋게 예쁜 꽃들이 만발한 곳에서 두 손 잡고 함께 걸어갈 순간이 꼭 올 것이라는 동화 같은 상상이 들었다. 아니 그럴 수 있다.
그 편하게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나는 나만의 주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문이 하나 열려서 누군가가 내 옆에 서 있다면 그를 사랑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오늘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