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
2022.11.10. 홍성광, 마음산책, 2022
자유 논제
헤르만 헤세의 많은 책들에서 뽑아낸 문장들을 정리해 낸 책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헤세의 모습과 더불어 그동안 놓치고 지나온 그의 다채로운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주옥같은 문장들을 엮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헤세의 삶에서 중요했던 자연과 정원 가꾸기, 여행, 책의 세계와 글쓰기, 삶의 지혜, 사랑과 우정, 내면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를 추려보았다.(p.9)
3. 헤세의 삶에서 정원가꾸기 글쓰기 여행 그림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취미가 있나요?
그는 하루 가운데 이른 오전 시간은 정원에서 보내고, 독서와 음악 감상, 글쓰기는 오후나 저녁 시간에 하고자 했다. 헤세는 정원 가꾸는 일을 오롯이 혼자 했는데, 그동안 명상 또는 영적인 생각을 하곤 했으며, 그의 유명한 저작인 『유리알 유희』 또한 정원의 흙을 만지면서 구상했다.(p.21)
여름 몇 달간 나의 주된 직업은 문학이 아니라 그림이다. 나는 눈이 허락하는 한, 우리의 아름다운 숲 언저리 밤나무 아래에 앉아 테신의 맑은 언덕과 마을을 수채화로 그렸다.(p.54 )『뉘른베르크 여행』 전집 7권
내게 문학보다 그림 그리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삽화가가 되어 다른 작가의 책을 두 번이나 그림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보다 훨씬 멋진 것은 여름날 바깥의 자연 앞에서, 햇빛과 바람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P.55)「그림 그리기에 대해」 『작은 기쁨들』
4. 헤세는 자연에 대한 묘사를 많이 했다. 여러분은 자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나무들에 귀 기울이기를 배운 자는 더 이상 나무가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의 상태 이외에 어떤 것도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향이다. 그것은 행복이다.『방랑』전집 6권
어린 시절부터 항상 자연의 기이한 형태를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그대로를 관찰하지 않고 자연의 고유한 매력과 복잡하고 심오한 언어에 흠뻑 빠져들었다. 나무처럼 변해버린 긴 나무뿌리, 암석에 그려진 여러 색깔의 무늬, 물 위에 떠다니는 기름 덩어리, 유리에 난 금- 이와 비슷한 온갖 사물이 때때로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물과 불, 연기, 구름과 먼지, 그리고 특히 눈을 감았을 때 나타나는 빙빙 도는 색채의 무늬가 매력적이었다. 『데미안』 전집5권(P.53)
5. 헤세는 여행을 많이 했다. 사람들은 국내외 여행을 많이 다닌다. 여러분은 여행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처럼 헤세의 여행은 일종의 고행이었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그에 따르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이전의 나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기존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 그렇게 주어진 해방감을 통해 삶을 재정비하고 또한 낯선 자극에 자신을 둠으로써 사고를 쇄신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이자 나를 성장하게 하는 인생의 수업이다. 여행을 통한 새로움의 체험은 우리를 성숙하게 하고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여행은 여행자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 그를 보다 원숙하고 현명하게, 또한 지혜롭게 만들어준다.(p.25)
6. 헤세는 책읽기에 대해 무조건 다독하는 것이 오히려 해롭다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 여러분의 소감을 말해주세요.
헤세는 책을 무척이나 많이 읽었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이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책이 의존적인 사람을 더 의존적으로 만듦으로써, 다독할수록 부당한 일이 벌어진다고도 했다. 이 점에서 그는 쇼펜하우어의 견해를 따르는데, 양서나 좋은 취향의 진정한 적은 문맹 혹은 책을 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다독가라는 것이다.
헤세에게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좋은 작품들을 자유롭게 골라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남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깊고 넓은 세계를 감지하고, 인류의 삶과 맥, 아니 그 전체와 활발히 공명하는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아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어의 가르침이 설득력을 얻는다.(p.26)
7. 헤세의 세 번째 부인 리논은 여행에서 돌아온 자기에게 수필을 주었는데 두 번째 부인 루트가 그를 위해 수놓은 베개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후 니논은 그동안 헤세가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점차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여러분은 글을 통해 오해가 풀렸던 적이 있나요?
그래서 힘들기도 했던 지난날을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니논은 헤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삼십년 이상 그의 곁에 머물렀다. 1962년 8월8일 저녁 헤세는 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를 들었고, 니논이 읽어주는 글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는 더 이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니논은 그가 죽은 후 그의 유고들을 정리해 출판했다.(p.37)
8. 헤세는 아버지의 강압적인 교육방식에 반항하여 신학교도 그만두었고 우울증에도 빠졌다. 부모의 교육방식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헤세는 삼 개월 후 아버지에게 간청해 고향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겪고 다시 슈테텐의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병명은 ‘우울증’이었다. 이때 그는 사춘기의 반항심, 고독감과 더불어 가족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쫒겨났다는 느낌이 정점에 달했다.
그때부터 헤세는 아버지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며, 편지에 공격적이고 반어적이며 풍자적인 표현을 쓰게 된다. 작가로서 그의 자의식이 종교적 전통과 고루하고 위압적인 권위와 충돌했던 것이다.(p.39)
9. “작가의 임무는 의미심장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것이다.” 작가의 임무에 대한 헤세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빌헬름 세퍼는 “작가의 임무는 단순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다.” 헤세는 이 문장을 뒤집는다. “작가의 임무는 무엇이 의미심장하고 중요한지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또 모든게 뒤죽박죽인 세상에서 후대의 독자를 위해 후견인으로 취사선택해 다만 가치 있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전달해주는 일이 아니다. 아니, 그 정반대다! 작가의 임무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서 영원하고 어머어마한 것을 인식하고, 신은 어디에도 존재하고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다는 이러한 보물, 이러한 지식을 번번이 발견하고 알려주는 일이다.”(p.108)
선택논제
1. 헤세의 여행은 체험을 의미하고 정신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분은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여행은 언제나 체험을 의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에서만 가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는 즐거운 소풍, 어떤 음식점 정원에서 보낸 유쾌한 저녁, 멋진 호수 위의 증기선 여행은 그 자체로 체험이 아니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하며, 계속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자극이 아니다.
2. 헤세는 끊임없이 여행과 여행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일상속에서 자주 침체되고, 의기소침해지고, 고독을 느낀 그에게 여행은 세속적인 시민사회와 우울증에서의 도피처였다. 그래서 그 스스로 여행을 ‘도주’라고 일컫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정주민이 아닌 방랑자로 이해한다. 그에게 이미 도달한 목표는 목표가 아니었고, 모든 길은 우회로였다. 휴식은 매번 새로운 그리움을 낳았다.(p.24)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2. 여러분은 책 읽기에 어떠한 유형인가요?
생각없는 산만한 독자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일상 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한 태도로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우리는 냉담한 선생님에게 다가가는 소심한 학생이나 술병에 다가가는 건달처럼 할 것이 아니라, 알프스에 오르는 등산객처럼, 무기고로 들어가는 전사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 또한 피난민이나 삶에 불만을 품은 사람처럼 할 것이 아니라 호의를 품고 친구나 조력자에게 다가가는 사람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p.28)
⓵ 밥을 먹는 사람이 음식을 집어들 듯 책을 집어든다. 그는 단순히 집어드는 자다.
⓶ 세상의 모든 사물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책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른 입장을 취한다. 마 부를 따르는 말처럼 작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짐승의 발자국을 쫓는 사냥꾼처럼 작가를 좇는다.
⓷ 너무나 개성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자신의 읽을거리에 완전히 자유로운 태도를 갖는다. 멋진 구절, 지혜나 진리가 표현된 문장을 보면 시험 삼아 일단 뒤집어본다. 모든 진리는 그 역 도 진리임을 그는 진즉에 알고 있다.(p.27)
3. 헤세는 서양사람이면서 동양의 불교와 노자사상에 대해 공부했다. 여러분은 이런 헤세의 동양적 사고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인도네시아 역시 그가 여행한 나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인데, 헤세는 그 과정에서 불교와 도가 사상을 접하면서 삶의 지혜와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p.10)
특히 당시 노자의 『도덕경』을 읽은 것이 그에게 해방적 체험을 맛보게 해주었다. 책에서 그는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는 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무언가를 찾을 때 그의 눈은 자신이 찾는 사물만을 보게 되어,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노장사상과 연결되기도 한다. 싯다르타의 자기실현은 불교적 차원, 즉 불교적 번뇌의 모티프와 함께 시작되지만, 그가 감각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주로 도가 사상에 기반한 자기실현을 추구한다.(p.41)
도움이 된다.
도움이 안된다.
4. 시와 문학은 사람을 치유하고 구원한다고 한다. 여러분은 이 말에 동의하나요?
책들을 찬찬히 찾아보고 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 이 책들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소유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을 소홀히 한다면 교양과 즐거움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 훼손될 수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작가들의 책 속에 기록된 사고와 본질은 죽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유기적인 세계다. 모범이 되는 작품을 좇아가다 보면, 얼마 안가 모든 문학에 통용되는, 보다 높은 법칙에 대한 감각을 얻게 될 것이다.(p.29)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5. 헤세의 책에는 동성애에 대한 표현이 있다. 여러분은 동성애에 대해 찬성하나요?
조숙한 두 소년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우정을 통해 첫사랑의 달콤한 비밀을 미리 맛보았다. 게다가 그들의 동맹은 성숙해가는 남성성의 야성적인 매력을 띠고 있었기에, 그만큼이나 거칠게 다른 동료들에 대한 반항심을 표출하는 묘미도 있었다.
그 둘이 보기엔, 다른 동급생들이 맺고 있는 수많은 우정은 순진한 소년들의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반 친구들은 하일너를 싫어했고, 한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수레바퀴 밑에』 전집 2권(p.154)
찬성한다.
찬성하지 않는다.
6.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에 대한 저자의 말에 공감하시나요?
신약성서에 나오는 가장 지혜로운 말씀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다 그것은 모든 처세술과 행복론에 대한 간결하고 총체적인 개념으로, 구약성서에도 이미 나와 있다.
세상은 사랑의 계율을 완전히 오해했던 것이다! 어떠한 계율도 존재하지 않았다. 계율이라고 불리는 것은 인식하는 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자에게 전하는 진리이자, 인식하지 못하는 자가 파악하고 느끼는 진리다. 계율은 잘못 파악된 진리다. 모든 지혜의 근거는 이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이란 오직 사랑에 의해서 생길 뿐이다.
내가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벌써 위조된 가르침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듯이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고 말하는 것이 어쩌면 훨씬 더 옳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제나 이웃으로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 어쩌면 원래의 잘못일지도 모른다……「마르틴의 일기에서」 『게으름의 기술』 (p.158)
공감한다
공감하지 않는다
※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한 마디’와 토론 소감을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