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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논제

딸에 대하여

by 황인갑

『딸에 대하여』

2023.9.15. 김혜진, 민음사, 2017


자유 논제

1. 레즈비언인 딸과 그것에 대해 못마땅 해 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보셨나요?

지난해 여름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는 동안엔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해라는 말 속엔 늘 실패로 끝나는 시도만 있다고 생각한 기억도 난다. 그럼에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해 가는, 포기하지 않는 어떤 마음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소설도 끈질기게 지속되는 그런 수많은 노력 중 하나가 아니었는지(p.199)


3. 요즘은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는 일이 보편화되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 부모를 요양원에 맡겨 두고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자식은 드물다. 그걸 알면서도 교수 부인은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예 없는 거랑은 틀리지. 정말 몇 년씩 저렇게 혼자 있는 걸 보면 참 딱해. 그러니까 지금 힘들어도 애들 잘 키워. 그게 재산이고 보험이야.(p.19)


4. 엄마와 딸은 이야기를 하는 중에 갈등을 초래한다. 이런 경우에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엄마, 내 말 듣고 있어? 듣고 있냐고.


나는 듣고 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까닥하지만 딸애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는다. 딸애 말대로 2층의 두 가구 모두 전세를 주고 나면 매달 드는 병원비와 약값, 보험비와 생활비, 비상금과 용돈은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은행 이자는 내가 낸다니까. 엄마 용돈도 주고, 하반기에 강의 더 하면 수입이 좀 늘 거야. 나라고 뭐 언제까지 엄마한테 손을 벌리겠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p.31)


5. 딸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해 화자는 어리둥절한다. 이런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요?

딸애는 내 삶 속에서 생겨났다. 내 삶 속에서 태어나서 한동안은 조건 없는 호의와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존재. 그러나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굴고 있다. 저 혼자 태어나서 저 스스로 자라고 어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것 저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고 언젠가부터 내게는 통보만 한다. 심지어 통보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딸애가 말하지 않지만 내가 아는 것들. 내가 모른 척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딸애와 나 사이로 고요히, 시퍼렇게 흐르는 것을 난 매일 본다.(p.37)


6. 딸 그린의 친구가 어머니 집에 함께 동거하기로 한다. 이런 낯선 사람의 동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안녕하세요.


그 애다. 딸애보다 호리호리하고 기다란 몸. 작고 흰 얼굴까지. 얼핏 보면 그 애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얼굴이 작고 팔다리가 긴 서양인처럼 보인다.


그린은 일이 있어서 조금 늦는대요. 먼저 가 있으라고 해서 왔어요. 열쇠도 받았고요. 그래도 집 안에 들어가는 건 실례일 것 같아서요.


그 애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서 있다. 나는 소리 나게 대문을 닫고 세 개의 계단을 오른 다음 현관문을 연다.


짐은 밖에다 둬요.


나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이런 정체불명의 사람을 내 집에 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니, 결정은 오래전에 했다. 그건 바뀔 수 없다. 저런 애를 내 집에 들일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간신히 이렇게 말한다.


잠시 들어와요.(p.40)


7. 화자는 딸 그린과 함께 사는 여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레즈비언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딸애의 파트너임이 분명한 그 애.


그게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3년 전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후로도 그 애는 자주 병원에 왔다. 나와 마주치면 말없이 짐을 챙겨 떠났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혼자서, 혹은 딸애와 함께 남편의 병실을 지키고는 했다. 남편이 납골당에 안치되던 날에도 내가 보이는 곳에, 딸애의 곁에 서 있었다.


그 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무슨 일을 해요.


결국 찾지 못하고 입을 여는 건 또 나다.


요리를 배우고 있어요. 작은 레스토랑에서 일하거든요. 가끔은 기사도 쓰고요. 사진도 찍고요.


숨이 탁 막힌다. 거실의 후텁지근한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열이 난다는 듯 창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튼다.(p.43)


8. 이 책은 동성애 딸의 레즈비언의 이야기다. 여러분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래서 그 어머니가 아직은 레즈비언으로서의 딸을 이해하는 것을 “떳떳하고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내 딸의 삶을 내가 놓아 버리는 것”으로 여긴다고 할지라도 조금 더 기다려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상관도 없는 남”이란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일 수 있다는 것을 안 어머니는 하루하루의 일을 무사히 마무리해 온 육체의 힘으로 “기적과도 같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 무엇보다 어머니는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각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p.214)


선택논제

1. 노인으로서 자기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분은 이런 화자의 태도에 동의하나요?

이런 사람들과 말을 섞고 생각을 나누고 어쩔 수 없이 동의하면서 나도 젊은 애들이 말하는 앞뒤가 꽉 막히고 편견으로 가득 찬, 세금만 축내는 부류의 노인이 되는 걸까. 젊은 새댁은 예예, 하지만 별 감흥이 없는 눈치다. 아직은 일이 몸에 익지 않은 탓이겠지. 죽은 성 씨가 담당하던 환자들을 앓고 난 뒤에는 서서히 적응이 될 테지.(p.20)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2. 여러분은 가족안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그 애는 돈 먹는 하마야.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남편의 투덜거리를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딸애가 오면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던 사람. 딸애는 이제 죽은 남편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하루를, 일상을, 생활을 앞으로 끌고 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딸애에게는 뒤돌아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p.33)


중요하다.

부재하다.

3. 딸은 2층집 남자의 가정폭력에 대해 간섭한다. 여러분 이럴 때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봐요. 아가씨. 이건 우리 가정사요. 거기 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고요.


꿈틀대는 분노를 간신히 통제하는 남자의 목소리. 기다렸다는 듯 딸애의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아저씨. 애들이 보잖아요. 가정사는 무슨 가정사예요. 사람 때리는 건 범죄예요. 가정 폭력도 폭력이라고요. 누구라도 경찰에 신고 좀 해요. 멀뚱히 보고만 있지 말고 신고하라고! 뭐하는 거야. 사람들이 전부 다. 남의 일이라고 구경만 하고. 진짜 너무들 하네!(p.49)


관여한다.

방관한다.

※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한 마디’와 토론 소감을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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