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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g Lee Oct 17. 2021

젠더 감수성을 논하기 전에

젠더 감수성, 젠더 갈등, 젠더 특보... 요즘 흔한 이 단어의 진짜

gender. 우리가 '젠더'라 읽는 이 단어.


과연 젠더는 여성과 남성, 이 두 성을 이르는 말일까?

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젠더'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자  



10년 전에만 해도 조금은 낯선 단어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서울시에는 젠더특보라는 보직이 있다고 하고, 젠더 감수성, 젠더 갈등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여러 기사에 언급된다. 하지만, 정말 이 '젠더'라는 것이 대체 뭘 뜻하는지 설명하라고 하면 이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흔히 쓰는 이 '젠더'라는 단어를 우리는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가장 쉬운 방법으로 포털사이트에 '젠더 뜻'으로 검색해보니 여러 사전에서 각기 다른 뜻을 제시한다. 어디서는 사회적 성, 형성된 성이라고 표현하고, 또 다른 사전에서는 성(性, sex)이라고 표기된다.

대체 이 중에 어떤 정의가 맞는 것일까?

어학사전에서는 "생물학적인 성에 대비되는 사회적인 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는데,

그렇다면 이 '사회적 성'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gender 영어

① 성(性) ② (격식) 성(sex) ③ 성별

젠더[gender] 국어

생물학적인 성에 대비되는 사회적인 성을 이르는 말



젠더는 단순히 여성과 남성을 이르는 말이 아닌 '스펙트럼'이다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젠더의 정의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일단 사회학/심리학적 의미에서의 젠더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젠더에 대해 이해하는 첫걸음은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물학적 성', sex는 타고나는 성기를 기준으로 하는 성별을 뜻한다. 


성별로 인간을 분류하자면, 남성은 XY염색체를  보유하고 있는, 남성의 생식기인 음낭, 음경, 정낭, 전립선 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뜻하고, 여성은 XY 염색체를 가지고, 난소, 질 자궁 등의 여성의 생식기를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 생물학적 성에는 극히 일부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를 전부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성/여성 이분법 적 구분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사회적 성'인 젠더는?

'젠더'라는 개념은 이런 이분법적 성 구분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했다. 성별이란 단순히 타고난 신체적 특징뿐만이 아닌 사회 문화적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sex'와의 구분을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성 정체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타고난 염색체와 2차 성징 후의 호르몬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본인과 사회,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학과 젠더학에서 "Doing gender"라는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하는데, 이는 젠더란 개개인의 타고난 특성이라기보다 심리적으로 깊이 배어든 사회적 구조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Doing' 이 들어간 용어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성'이란 타고나는 특성이 아닌 개인이 사회화를 통해 습득해서 '수행하는' 역할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지금은 '사회적 성'인 젠더의 개념이 필요한 시대


젠더 (Gender)와 섹스(Sex)의 차이점은?  


첫째, 젠더는 신체적 특징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생물학적 남성, 여성의 구분과는 달리 젠더는 사회적, 개인적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한 개념의 예를 들자면, 재미교포 2세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내 사촌들의 경우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었으니 생물학적으로는 '한국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서툴렀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은 명확히 한국계 '미국인'으로 가지고 있었다. 타고난 생물학적 특징과는 별개로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자란 환경과 스스로의 인식에 따라 갖게 된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젠더도 역시나 생물학적으로 남성/여성의 신체를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자란 환경, 즉 사회와 과 본인의 정체성 인식 등의 영향으로 '생물학적 성'과는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젠더에는 여성/남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 즉, 젠더는 스펙트럼이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성 정체성은 단순히 남성/여성 둘 중 하나로 나누어지기보다는 개인의 자의적인 정체성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내가 처음 Gender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처음 접한 말이 바로 '젠더는 스펙트럼이다'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 구분되기보다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체득해 그 어디쯤에 분포해있다고 보는 것이다.



왜 우리에겐 Sex와 구분된 Gender 가 필요한 걸까?


타고난 성별이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으로 태어났으면 남성성을, 여성으로 태어났으면 여성성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며, 그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물학적 성별 결정론을 거부하기 위해서이다.

실제 성별 간의 많은 차이들은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닌 사회/문화적인 차이에 의해 발생하고 있고, 이런 차이들은 성별 간 격차와 차별 불러일으킨다. 생물학적 이분법에서 비롯된 이러한 문제들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을 구분 짓게 된 것이다.

앞서 든 예시에서 본인의 유전적 특성과 스스로의 정체성이 다른 것처럼, 성별 간의 실제 생물학적 차이와 사회의 인식, 교육 등에 의해 학습되어 만들어진 차이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이들을 구분해낼 수 있어야 우리는 성별 간의 격차를 줄이고 평등을 위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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