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조각

by wholemy

둔탁한 눈동자에

부서진 조각이 반짝거린다


빠직,

단단해 보였던 눈동자에 금이 가자

여리고 물렁한 것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온다


그 물렁한 모서리에

나는 깊이 베어서

틈 사이로 검붉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제야 심장에서 나온 피가

나의 손끝까지 닿는 것을 느꼈다


들이쉬고 내쉬는

나의 온전한 숨결을 느꼈다


역설적이게도 너의 부서진 조각이

나의 보이지 않는 틈을 매워 아물게 한다


그 조각은 침묵의 덩어리였을까

혹은 악쓰고 악쓰다 남은 건더기였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너도 실은 부서지고 싶었다는 사실이

나를 참 많이 울게 했다


너의 연약함 앞에

나는 주저 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제야 감춰 쉬었던 숨이

편히 쉬어졌다


단단해 보였던 눈동자가

사실은 가장 깨지기 쉬운 여리디 여린 눈동자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너의 연약함이 드러날 때

처음으로 나는 너를 보았고,

용서했고,

사랑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안고 살아온 당신이라서


부서져도 괜찮을 조각들을

애써 이어 붙이며 살아온 당신이라서


그래서 나는 너의 부서진 조각에

기꺼이 베어진다


그렇게 나는

깨지고 부서지고,

다치고 슬퍼하는,

우리의 연약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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