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교환이 아닐지라도
나는 그래도 내가 세상을
아주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사람에게 기대하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그게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사랑의 힘이
미움의 힘보다 크다고 믿는다
나를 변화시킨 건
채찍이 아닌 칭찬이었고
넘어졌을 때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재촉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용한 믿음이었으니까.
내가 뒤늦게 후회했던 건
마음을 다 주었던 것이 아닌,
마음을 아꼈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랑이 등가교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내가 준 만큼 받고 싶고
내가 받은 만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 때문에
나는 오히려 불행해졌다
나의 마음만큼 되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서운해졌고
나는 어느샌가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애쓰고 있었다
내가 흘러넘쳐서 준 마음이 아니라
없는 마음들을 긁어모아 준 사랑은
당연하게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마음이
되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이건,
주고받는 사랑을
재단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마음을 아끼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마음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것
그러니 내가 전하는 마음과
내게 오는 마음의 크기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작은 마음까지 모두 내어주는 것은
함께 걷는 사랑이 아닌,
한쪽으로 기대어 가는
기운 사랑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휘어서 굴절된 사랑은
결국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흘러넘치는 나의 사랑을 주는 데 아낌이 없고,
나와 다른 크기와 모양의 사랑을 받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