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by wholemy

신이시여,

나는 이제 더 이상 행운만을 달라고 기도하지 않아요


이 세상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이제 나는 다른 내용으로 간절히 되뇌어요.


어떤 힘든 순간에도,

어떤 절망이 나를 기다려도,


그 모든 걸 극복하고 나아가는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멈춰 주저앉아 엉엉 울어도

어떤 모습으로든,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세요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너무 아프게 하지 않을 만큼만

그만큼만 마음의 힘을 주세요


언젠가는 또 멈춰도 괜찮으니,

언젠가는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봐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착하지 않은 나여도

잘나지 않은 나여도

약한 나여도

웃고 있지 않은 나여도

나를 기꺼이 안아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각자 주어진 생을 끝까지 완주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나를 보는 그 마음으로 타인을 보고,

타인을 보는 그 마음으로 나를 보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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