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일

by wholemy

나는 주로

기쁠 때보다는

슬플 때 글을 쓰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


오직 불행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때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불행한 현실에 마취제를 주사한다.
독자들 또한 그 마취제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뿐이다.


이승우 작가님의 책 속 구절이

그렇게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나는 불행의 순간에 이상할 만큼 고요해진다

그리고 슬픔의 순간에

“그래, 그렇지” 하고 안심이 된다


잠들기 전 억지로 지었던 모든 표정을 거두고

들숨과 날숨만을 들이쉬고 내뱉을 때

비로소 나다운 나로 존재하는 것 같다


기쁨의 순간에는 밀도 없이 흩어져있던 내가

슬픔의 순간을 마주 할 때야

가장 단단하게 뭉쳐있는 것만 같다


웃고 있을 때

나는 방향 없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 같다가

울고 있을 때면

나의 두 발로 세상 위에 우뚝 서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나의 생은

눈물에 가까운 모양인가 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펜을 들어

나의 불행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것일까.


누군가가 묻는다.

"왜 어딘가 모르게 그렇게 슬픈 글을 써?"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사실은 나도 잘 모르니까.


그저 슬픔이 올 때,

나는 그 앞에서

가장 정직해진다


어쩌면 나는

슬픔을 빌려

실은 나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쁨은 지나가고

분노는 흩어지고

즐거움은 날아가고


슬픔만이 오래 남아

끝내 하나의 문장으로 적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