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us
가끔 나는
가까운 친구에게 묻곤 한다
내가 너의 눈에는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지.
네가 보기엔,
나는 좁고 깊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인 것 같아?
아니면 넓고 얕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인 것 같아?
나는 강단 있는 편일까?
아니면 우유부단한 편일까?
나는 가벼운 편일까?
아니면 무거운 편일까?
나는 소박한 하루를 꿈꾸는 사람일까?
아니면 커다란 미래를 이루고 싶은 사람일까?
나는 세상에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일까?
아니면 주어진 것에 잘 따르는 사람일까?
내가 그 친구와의 대화가 즐거운 이유는,
언제나 나의 꼬깃꼬깃한 질문들을
조심스레 펼치고서는
구조화된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또렷하게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가끔
내가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내 마음과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참 좋아한다
“아, 내가 사실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구나.”
“나는 이런 시각으로 누군가를 보고 있었구나.”
“지금 내 마음은 지금 이런 상태구나.”
그렇게 알게 되는 순간에
나는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나는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두려움을 느끼고,
오히려 직면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주사를 맞을 때도
주삿바늘이 팔에 꽂히는 그 순간을 지켜봐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사람이랄까(_ㅎ)
이런 나에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 게 좋다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두려워할까.
나는 직업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 걸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의 모습인 걸까.
이십 대 언저리는, 아마 그런 나이인가 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