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당신에게.

by wholemy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인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나를 봤을 때

나는 무언가를 ”더“ 해서 문제가 될 망정

”덜“ 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아마 나는 과거도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어찌할 수 없는 건

정말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안다


나는 이미 최선의 노력을 다 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은

내가 가장 위태로웠을 때 생겨났다.


나 이런 상황에서도 버티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나 정말 힘들었는데 어떻게든 발버둥을 쳤구나


나는 내가 왜 이런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하는지

왜 나만 견뎌야 하는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그 누군가는 답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나의 답을 찾았다


완벽하지 않았어도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 있었어도

그 순간의 나는

그 순간이 허락한 최선으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나는 꽤 괜찮은 어른이 되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안다

오로지 자신만이 견뎌야 하는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지 알고 있다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 시간을 견디고 버티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시간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그런 무책임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대신 그냥 아주 잠시

당신의 곁에 머물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름 모를 당신이

가엾고 참 어여쁘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