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를 내고 본격적으로 바느질소품을 판매하게 된 지 7년째다. 집안에 쌓이는 원단이 답답했던지 신랑은 3m*6m 사이즈, 5~6평 정도 되는 컨테이너를 떡하니 마련해 줬다. 덕분에 더 많은 원단들을 쌓아가며 마음껏 바느질을 했다. 컨테이너에도 감동했지만, 나의 꿈을 응원해 준다는 사실에 더욱 감동받았고 감사했다.
아침 일찍, 애정하는 나의 방앗간 하늘정원카페에 들렀다. 나물을 좋아하시는 사장님께 나물무침과 딸기 한 박스를 들고 찾아뵈었다. 어제 아들에게 음료수를 그냥 주시기도 했고, 튤립도 박스채로 받아오게 돼서 그냥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하나 받으면 두배로 챙겨주라던 부모님의 가르침을 늘 되새기며 살고 있기에 그냥 있으면 빚진 자가 되는 거 같아서 마음이 무거울게 뻔했다. 내 능력껏 갚아드리고 싶었다.
사장님은 오늘도 어김없이 커피를 그냥 내어주신다. 정말 베풂의 끝판왕이다. 그런 모습은 본받으며 살고 싶다. 그리 살아야지. 그냥 받아 나오려다 사장님도 잠시 숨을 돌리 신다 하셔서 대화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카페 앞 빈 컨테이너 이야기가 나왔다. 아들의 친구엄마이자, 동네 도서관에 같이 소속되어 있는 언니네 컨테이너였는데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셨다가 지금은 창고로 쓰신다 했다.
하늘정원카페옆에는 큰 화장실도 있고, 주차장은 공영주차장이라 더더욱 크기 때문에 우리끼리 하는 말로 목이 좋다고 한다. 카페 곁에 있는 컨테이너라 공방으로 쓰면 참 좋을 것 같다고 하셨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주인언니께 전화를 드려봤다.
형부와 상의 후 전화를 주신대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저녁준비를 하려고 싱크대 앞에 섰을 때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마음껏 쓰라고 하시며 5월 도자기축제만 끝나면 깨끗이 치워주겠다고 하셨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기분이다. 호기심에 여쭤본 건데 쓰라고 하시니 좋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어찌 보면 나의 첫 공방이 되는 건데 너무 쉽게 생겼다. 지금 경주에서 핫한 황리단길 부근에도 가게가 나와서 덤볐다가 터무니없는 권리금에 마음을 접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희망을 얻었다.
집 바로 옆에 있는 내 작업실은 집과 가깝게 있기 때문에 집안일이 보이면 내 일보다 집안일이 먼저였다. 그렇게 되면 내 일은 늘 뒷전이 된다. 그게 너무 싫어 공방을 탐색하고 있었는데 떡 하니 내 앞에 나타났다.
일단 집에서 나오게 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일에도 더 몰두할 수 있게 되니 훨씬 긍정적인 결과가 보일 거라 확신한다. 예전에는 엄두도 못 내던 바느질 수업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니 소풍 가기 전날 밤에 들뜬 아이처럼 신이 난다. 두 아이가 하교 후 타고 오는 버스도 이곳을 지나가기 때문에 함께 집으로 가기도 수월해서 너무 기뻤다.
이제 내 공방이 문을 열게 된다. 5월, 늦어도 6월이면 본격적으로 판매와 수업을 하게 될 것이다. 애벌레였던 내가 번데기가 되어갈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감사하게도 말이다.
이제 그 계절에 맞게 다양하게 준비만 하면 된다. 허리치마, 앞치마, 가방 및 소품을 만들 예정이다. 볼거리가 많고 배울 것이 있는 곳, 사는 게 고단하고 숨이 차면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목표가 생기면 잘 움직인다. 움직이면 결과는 무조건 나오게 되어있다. 어느 결과든 품으로 안게 되는 건 기쁘기도, 황홀하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