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다

by 박현주

"한번 해보자"
늘 궁둥이팡팡 해주는 언니가 있다.
뭐든 열심히라 자극도 되지만 내걸음보다 늘 두 배나 앞서가는 언니라 내 가랑이가 찢어지려 할 때도 있다.


다음주가 경북관광기념품 공모전마감이라며 접수처도 경주라 하니 도전 한번 해보자며 옆구리를 계속, 쉴세 없이 쿡쿡 찔러댄다.

'낼 것도 없는데...'
언니는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진다.
'그림책공부도 벅찬데...'
이 언니도 함께 그림책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정말 지치지 않는 체력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얼마 전 경주심벌도장을 만들었다. 원단용이라 경주 소품에 어디든 찍을 수 있게 제작했다.
공모전준비를 급하게 해야 했기 때문에 금방 만들 수 있는 책갈피를 만들기로 했다. 밋밋한 책갈피는 피하고 싶어 주령구모양으로 만들자며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분명 육각형 모양틀을 사두었다. 퀼트에 쓰이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 다양한 크기가 들어있는 모양틀을 구매해 두었다. 케이스까지 갖춘 아이라 분명 잘 챙겨뒀다 생각했는데 없다. 어디에도 없다.

2시간을 허비했다.
금 같은 내 시간, 정리정돈을 못해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에 좌절했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 기억력 한계에 화가 났고,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고 착각이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더 이상 이뻐서, 충동구매로 원단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구석구석 쌓인 원단이며 부자재를 빛나게 해 주는 게 나의 의무였는데 직무유기죄를 지어버렸다는 사실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처참한 풍경을 보고서도 어찌 아무렇지 않게 지냈던 건지 한심하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최후의 결단을 내렸고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와 잠시 쉬었던 1일 1작을 다시 하고자 작심했다.

미니멀라이프를 꿈꿔오기만 했지, 행동은 맥시멀 라이프에 가까웠다.
이제 더는 용납할 수 없다.
허용할 수도 없다. 이판사판공사판이다.

내일부터 1일 1 버리기부터 시행할 것이다.
정리에 한창 꽂혔을 때 "하나 사면 두 개를 버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행동할 시기가 온듯하다.



맥시멀을 멈추고 미니멀하게 살면서 진정한 여유로움과 산뜻함을 맛보고 싶어졌다.
몸도, 마음도, 집도 모조리 비우고 싶어졌다.

찬찬히 해나가면서 미니멀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다.
오늘 같은 실수도 더 이상 용납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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