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3시, 김영하작가님이 경주에 오신다. 혹시나 싸인타임이 있지 않을까 싶어 갖고 있는 책 몇 권을 가방에 담았다. 두근거리는 마음도 혹여나 새어 나갈까 봐 함께 고이 담았다.
얼마나 좋았으면 밥생각도 없다. 단단히 설레는 모양이다.
오늘부터 카페 시상글을 작성하기로 되어있어서 글을 옮기고 링크도 걸고 나름 정신을 붙잡고 열심히 했다. 카페글을 올리고, 단톡방에 축하인사들이 쏟아질 무렵, 아들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여느 전화보다 학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달갑지 않다. 거의 대부분이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서 오는 전화이기에 긴장감이 엄청나다. 큰 숨을 내쉬고 통화버튼을 옆으로 밀어 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묻어있다. 아이가 목을 다쳤다 하셨다. 옆반친구가 아들의 머리를 반가움과 장난을 섞어 밀었다는데 아들목이 대단히 놀란 모양이다. 보건선생님과 돌아가며 아이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고 목보호대까지 채워주시는 세심함을 보여주셨다.
점심시간 이후 벌어진 사건이었는데 좀 낫다더니 더 아프다고 전해왔다.
병원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오는 병원이라 그런지 낯설기도, 새롭기도 했다. 목을 심하게 다치면 어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 농담도 하며 낑낑거림 1도 없는 아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근육이 놀랐다는 결론을 들었다.
진료 후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와 물리치료, 도수치료까지 이어졌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애가 쓰이셨는지 중간중간 전화도 자주 걸어주셨다.
'아~~~ 악~~~~ 강연......'
이미 떠나간 배요,
김영하작가님과 나는 만날 인연이 아니었구나라며 나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2만 원이면 애들 통닭 한 마리 사줄 수 있는데...' 맨 앞줄을 사수하기 위해 알람까지 맞추고 예약했었는데 그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니 씁쓸해졌다.
'그래도 내 강아지가 중하지, 뭣이 중한디~'
주문처럼 계속 되뇌었다. 마음을 다스렸다.
아이가 아픈 건 속상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고 아이가 거북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나는 그것만으로 감사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좋다는 것을 더 하려 하기보다 안 좋은 것을 안 하는 것이 먼저라고 얘기하시며 게임과 휴대폰사용을 줄이라는 황금보다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가슴아픔과 다행이라는 마음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보니 착잡했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분명 더 나은 무언가가 예비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들에게 벌어진 일만 보아도 그렇다.
오늘 다치지 않았다면 목상태의 심각성을 전혀 몰랐을 테니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나다고 한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좋고, 흥미진진하다면 더 좋겠지만 아이만큼은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만 자랄 수 있다면, 그거면 된다.
더는 바라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그릇을 보게 된, 어찌 보면 강연보다 더 값어치 나가고 뜻깊은 공부를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