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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Apr 12. 2023

홈스쿨링 할래요

중1이 된 지 한 달 된 딸의 선포

"엄마, 나 홈스쿨링 할 거예요"

"왜? 갑자기 왜? 친구들하고 안 좋아?"


중학생이 되던 첫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두렵다고 하긴 했으나 며칠도 안 돼서 반친구 모두와 이야기를 나눴고 인사도 해봤다며 수학시간 말고는 너무 좋다던 아이말에 한시름 놓았었다.


다행히 오빠보다는 적응을 잘해 걱정도, 염려도 없이 기특하다고 여기 고만 있었다.


초등학교 6년을 다니는 동안 한 반이 13명이었던 터라 중학생이 되어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날도 있었다.


둘째는 다들 거저 키운다는 말에 수긍하려던 찰나, 나는 어퍼컷을 맞은 듯이 혼란스러워졌다.


홈스쿨링이 웬 말!!


'유튜브를 못 보게 해야 되나? 어떡해야 하지? 이 질문을 어떻게 넘겨야 되나? 어떻게 해야 이 아이의 맘을 돌릴 수 있을까? 홈스쿨링을 제대로 알아봐야 되는 건 아닌가?'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친구들과 사이가 안 좋은 건지, 그게 문제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윽박지르기에 이르렀다.


공감 못하는 엄마보단 잘 들어주는 아빠에게 아이는 속사포랩을 하듯 재잘재잘,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다 꺼내는 듯했다.


나는 일주일간 속앓이를 했던 터라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고민이 더욱 깊어지려 할 때쯤, 아이는 고등학교를 일단 가야 되니 학교를 계속 다녀야겠다고 했다.


나는 일주일 동안 무슨 걱정을 한 거지? 허무함과 허탈감에 기운이 쑥~빠졌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혹여나 아이 본인이 옳다고 생각했던 일을 부모가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뜻을 바꿨더니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실망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되진 않을까 해서이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왔고 한껏 여유로워졌다.



"그래, 잘 생각했어~잘 다녀보자"

"응"


이렇게 홈스쿨링 사건은 일주일 만에 흔적도 없이 시간 속에 묻혀버렸다.


기운이 어찌나 빠졌던지 집 나간 정신이 돌아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제법 정신을 추스르고 지낸다 싶을 때쯤 Y언니를 만났다.


"그래, 효수는 중학교생활 어찌 잘하고 있어?"

"언니~말도 하지 마세요. 처음엔 재밌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얼마 전엔 또 홈스쿨링 한다고 난리 치고, 이제 겨우 게안아 졌어요."

"맞나? 우리 딸도 그랬다. 나는 내가 공감을 엄청해줬지, 아빠가 버럭 했고. 그런데 얼마 지나니 자기가 집에서 할 자신이 없다면서 바로 접어버리더라. 효수도 그렇드제? 지금 호르몬 때문이기도 하고 딱 혼란스러울 시기거든. 나도 나를 모르겠고,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고, 답도 모르고, 그냥 그런 거다. 그냥 공감해 주고 들어주기만 해도 잘 지날 갈 거야. 지금 이렇다는 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듣고 보니 내가 참 작은 사람이구나, 이야기만 들어줘도 되는데 나는 왜 그리 맞서 싸우려고만 들었을까? 공감이 그리 힘든 일이었나?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공감이 쉬울 것만 같았는데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걸  직시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일단 한마디만이라도 뱉어보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상점 문자


며칠뒤, 작디작은 엄마와 다르게 아이는 잘 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걱정과 염려로 뒤엉켰던 마음이 잔잔해졌고 맑아졌다. 그저 고마웠다.


공감력이 결여된 엄마는 아이 덕분에 이렇게 또 한 뼘 성장해 나간다.

 과정을 잊지 않고 싶어서 글로 남겨본다.

엄마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가 갈수록 가볍지 않다는 게 피부로 와닿는다.


그저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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