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나랑 산책 갈 사람?" 아빠의 질문에 그 어느 누구도 대답이 없다. "안 갈래?" 딸아이에게 묻지만 씻어야 한다는 말로 거절한다. 말속에 냉기가 역력하다. "안 갈래?" 아들에게 한 번 더 묻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축구를 해야 된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집 바로 앞에 인조잔디축구장이 있다. 아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조건이기도 하다. 공과 친하지 않던 아이인데 작년부터 축구에 홀딱 빠져 있다. 학교에서도 축구동아리가 가장 인기가 많아서 제비 뽑기로 축구부원을 뽑는데, 제대로 뽑아 올해는 축구부원이 되었다. 그러니 더더욱 말릴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엔 우리 둘 만 남았다. 말없이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집을 나섰다. 낮에는 봄날처럼 따스하더니 저녁이 되니 싸늘함이 옷 속을 파고든다. "무슨 봄날씨가 이렇노?" 싸늘한 공기가 맘에 안 들어 애꿎은 날씨만 타박한다.
오래간만에 함께 걸었다. 나는 걷는 내내 이쁜 풍경을 눈에다가 담고, 휴대폰에도 담고 혼자 바빴다. 그러다 보면 멀어져 버린 신랑을 쫓느라 의도치 않게 인터벌 러닝을 했다. 조금 뛰었다고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저질체력, 너 뭐 하는 거니?' 내가 봐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아휴.
산 뒤로 몸을 숨기려는 해님, 싱그런 바람에 넘실거리는 초록빛 밀 군단. 너무 이뻐서 한눈을 팔았다. 경치멍을 하느라 넋을 잃었다.
또다시 러닝을 해서 신랑 곁으로 다가갔다. 숨이 또 목까지 차올랐다. 힘들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럼 뭐 해, 또 사진을 찍고 있다. 좋은 건 나눠야지! 하면서 열심히 찍었다.
하늘도 내 마음에 감동받으셨던 걸까? 때마침 기차도 보내주셨다. 그것도 SRT로다가.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갤러리를 열자마자 파랗고 깨끗한 하늘에 시선을 압도당했다. 멋. 지. 다.
돌아오는 길에는 지천에 깔린 나물거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비닐봉지라도 챙겨 올걸 아쉬움에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간다는 말이 있듯이 (누가 아줌마 아니라 할까 봐) 걷기보다 나물에 관심을 더 쏟고 있다.
온라인에서 같이 글쓰기를 하고 계신 정석진작가님께서 추천해 주신 개망초,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명아주, 무치면 새콤달콤 맛난 돌나물까지, 진짜 길거리에 먹거리가 넘쳐난다.
개망초 와 명아주
돌나물
도저히 안 되겠다.
내일은 바가지라도 하나 들고 나물 캐는 아낙네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자연이 거저 주시는 음식을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죄라면 죄라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본다.
내일 글감도 벌써 생긴 것인가? 반찬도 생기고, 글감도 생기고, 자연이 주는 선물은 언제나 감동이다.
이 느낌 그대로 잠들면 꿈속에서도 나물을 캘 것만 같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함과 신남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얼른 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