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느끼고 받아들이다

경주 양동마을

by 박현주

봄꽃은 슬슬 자취를 감추고 어느새 여름꽃들이 만연하다.

이팝나무부터 아카시아꽃까지 여름이 코앞까지 왔노라고 알리고 있다.
낮기온이 여름을 방불케 하니 여름이라고 해도 될듯하다.





뜨거운 태양은 싫지만 걷기 위해 양동마을을 찾았다.
옥산서원 부근에서 볼일을 보고 10시 20분 매표소를 지나 양동마을에 입성했다.
경주시민은 경주유적지, 관광지가 공짜라 아주 좋다. 경주에 살아서 좋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경주에서 살게 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양동마을을 처음 가보았다.
술 빚기, 엿 만들기 체험에 숙박도 가능하다고 들었지만 경주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원하면 어느 때나 올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지냈기에 더 못 와본 것 같기도 하다.



매표소를 지나니 초등학교가 있었다.



작지만 힘이 느껴지는 강단 있는 학교 같아 보였고 한옥지붕이 멋스러워 학교라기보다 관광홍보관 같기도 했다.

학교를 지나고 나니 눈이 시원해졌다. 눈앞에선 초록 물결이 넘실거렸고 초가집과 한옥들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애법 눈에 띄었다.

말타기 체험, 활 쏘는 체험들로 신난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말발굽소리는 어찌나 듣기 좋던지, 말이 사라질 때까지 나의 눈과 귀는 말을 향했다.



보기보다 언덕들이 많아 헉헉대며 올랐고, 한창 뜨거울 때라 걷는 발길을 내내 잡아당겼다.

많은 초가집 사이에는 승용차들이 세워져 있었고,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니 약간은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관광지안에 웬 차가 이렇게?'

옆으로 지나는 차들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

걷다 보니 바람에 흔들려 노래하는 풍경소리, 그 옆에서 춤을 추듯 흐느적거리는 이팝나무까지 시골스러움은 고스란히 전해졌고 나름 만끽하고 왔다.

시멘트길로 되어있어서 시골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끼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흙길이었다면 또 다른 따스함으로 와닿을 텐데, 아쉬웠다.

양동마을


한 시간만 둘러보느라 속속들이 볼 수는 없었다.

좋은 날씨에, 여유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욱 남았다.

기회가 된다면 여름 말고 다른 계절에 다시 한번 들리고 싶었다.

초가집지붕도, 이팝나무와 꽃향기도, 풍경소리와 말발굽소리,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노랫소리까지도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자연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일, 편안하고 마음이 여유로 가득 찼다. 이래서 구경을 오는구나, 힘들어도 걷는구나라고 관광자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했다.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쉬움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한숨 돌린 우리는 오전에 한가득 받았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보문호수로 향했다.


보문호수(보문호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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