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의지가 무너졌다-1

주문제작

by 박현주

독학으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집도 시골이고, 아이 태교로 시작했던 일이라 부담 없이 즐기며 했던 게 사실이다.


2017년.

겁도 없이 사업자를 내고 사업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쌓았던 실력을 내보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어느 날, 프리마켓 셀러 모집공고가 눈에 띄었다.

'됐다.'



프리마켓을 시작으로 이것저것 만들기를 시작했다.

안 만들어본 게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하게 만들어봤고 설사 만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설명을 듣거나 과정샷을 보면 거뜬히 만들어냈다.

눈과 손이 조금은 타고난 것 같다. 그림도 보고 베끼는 건 잘한다. 창작이 딸릴 뿐이지.


프리마켓으로 시작한 사업이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보다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야 했다.

필요한 것, 살만한 것, 선물할만한 것 등 내 맘대로 가 아닌 손님위주의 물건을 만들어야 했다.


아프지 않게 때를 밀수 있는 인견때수건, 쿠션, 각종 파우치와 가방 등 실생활에 주로 이용되는 것들로 들이댔고 나름 선방했다.


시간이 흐르며, 주문제작이 쇄도했다.

처음엔 주문제작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걸 제시하시니 입맛에 맛게 해 드리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 생각했다. 마음도 편하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기뻤으니까.

그 얕은 생각이 커다란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점 요구사항이 폭발하듯 많아졌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혹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보는 앞에서 똥 씹은 얼굴을 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계속 곱씹으셨다.

'어쩌라고...'

행복하고 싶어서 시작한 바느질이 꼴도 보기 싫어졌다.

수도 없는 요구사항에 인내심이 폭발했고, 더는 주문제작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공표했다.


힘들어서 무너졌던 마음을 다잡아 일으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청소년기 때도 하지 않는 방황을 30살이 넘어서할 줄이야.


이제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겠노라 큰소리치며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굳건한 마음을 바늘로 구멍을 내 무너트릴 위기에 닥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물건을 대고 있는 카페 겸 인도소품가게가 있다.

그곳에 비구니스님 몇 분이 오셨는데 그 중한분이 베개커버와 에코백을 주문하셨다 했다.

스님께서는 절에서 수양을 다 마치시고 서원 같은 곳에서 단체로 모여 사신다 했다.

주문제작을 받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장언니가 조심스레 부탁을 해왔다.


부탁할 곳도 없을뿐더러 그런 것들이 낙이라고 하셨다는 스님의 말씀이 내 의지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 개 필요하세요?"

"좀 많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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