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제작은 절대 안 할 거야

소통의 오류

by 박현주

주문제작에 들어갔던 베개커버.
스님께서 눈 빠지게 기다리신다 해서 갖다 드리고 왔다.

내가 온다는 걸 듣게 되신 스님께서 부리나케 오셨다.
연세가 가늠이 안될 만큼 피부도 밝고 발랄하셨다.



친구와 함께 갔던 터라 커피 한 모금을 넘기고 있었고, 스님과 사장언니의 베개커버 오픈식이 있었다.

갑자기 소란스럽다.
'아... 일이 있나 보다.'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렸고 그쪽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겼다.
스님과 사장언니의 소통에 오류가 있었고 그것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결국엔 사달이 났다.

베개커버의 사이즈도, 디자인도 사장언니의 이야기와 전혀 달랐고, 레이스 또한 사장언니의 의견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레이스 없는 게 이쁘다 했건만 여성스럽다던 스님 역시 레이스를 싫어하셨다.

사장언니의 이야기와 스님의 반응은 판이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오히려 스님께서 이야기하신 것이 만들기도, 보기에도 좋은 디자인이었다.

서서히 멘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래서 주문제작을 안 하려던 것인데, 좋은 마음을 먹었던 게 탈이 났다.

쓰라렸지만 흔들리던 멘털을 고이 잡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스님의 요구를 하나하나 기록했다.

훨씬 수월 했을 일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여기며 수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시 하지모~'

어렵지 않은 부분이라 다시 만들기로 했다.
사탕모양베개는 그래도 통과되어 나의 품을 떠났다.
이미 만들어진 베개커버는 사장언니의 가게에서 판매하기로 했고 나는 더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내가 더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 소통의 문제가 있었을 뿐이었다.
스님도, 사장언니도 미안해하셨지만 다시 하면 된다는 말로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그게 최선이었다. 아니 최선이라 여겼다.

집으로 돌아와 사장언니와 통화를 했다.
"미안해~아까는 진땀이 다 나드라. 정말 미안해. 악의가 있는 분은 아니야. 이해해 주라."
"괜찮아요. 언니~스님 솔직하고 시원시원 하시드라. 소통의 오류일 뿐이에요. 나는 괜찮아요. 다시 퍼뜩하면 돼요."

통화를 마무리 짓고 차 한잔 마시면 감정을 다독거렸다.
어차피 결재도 되는 부분이고 더 만들면 되는 건데 왜 이리들 미안해하시는지.


바쁜 시기임을 알고, 주문제작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셔서 더 그러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스님이 쓰시는 안마봉 주머니까지 부탁이 얹어져 언니가 멘붕이 오신듯했다.

"이거 내가 안마하는 건데 원단 남은 게 있어서 가져왔어요. 집어넣고 묶을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드르륵 쉽잖아요?"

베개커버 사건으로 정신을 겨우 차리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스님의 말씀에 기분이 상해버렸다.
맞는 말이긴 하다. 쉽다.

어렵지는 않지만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남의 일을 쉽게 여긴다는 느낌이 들어 의아했다.

사장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자수를 해보신 분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자수와 바느질은 엄연히 다르고, 내가 하는 일이 하급대우를 받는 것 같아 속상했다.

일단 받아는 왔지만 이 작은 일로 모든 스님을 싸잡아 판단하고, 괜한 편견을 가지게 될까 염려스러웠다.
만들기는 하겠지만 탐탁지 않은 순간이었다.

주문제작은 변수가 많다.
200프로 만족하는 분도 계시지만 하나의 꼬투리로 허파를 뒤집게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이 일로 다시금 굳게 마음을 먹었다.
'내 사전에 주문제작은 더 이상 없다.!'

내가 애정으로 물건을 만들고 그게 좋은 분들만 사면되는 거다. 안 팔리면? 내가 쓰거나 선물하면 된다.
그게 훨씬 의미 있고, 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사건이 없었으면 또 흔들렸을 텐데 오히려 감사해야 된다고 나를 다독였다.


이제 주문제작은 끝!!

절대 안 할 겁니다.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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